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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시아나항공 구조조정에 '현대상선' 회자되는 이유
감자방식 두고 '대주주 동반 부실화' 우려
"대주주 및 이해관계자 움직일 '카드' 없는 듯"
지원 앞서 '용선료 협상' 내건 현대상선 사례 비교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감자(減資) 방식을 두고 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과거 현대상선 구조조정 당시 회사에 용선료 협상 의무를 지우며 책임 있는 결정을 이끌어내던 것과 비교해, 산업은행이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최근 회계법인 EY한영과 베인앤드컴퍼니를 컨설팅 자문사로 선정하고 구조조정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는 8000억원 규모 영구채를 언제 어떻게 출자전환할 것인지와, 자본잠식률을 낮추기 위한 감자를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지가 핵심이다.

특히 투자자들은 감자 방식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감자는 주주 자본금을 줄여 그만큼 기업의 누적 결손금을 상쇄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작업이다. 지난 상반기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자본잠식률은 56.3%에 달한다. 연말까지 자본잠식률을 50% 이하로 내리지 못하면 아시아나항공은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남은 3~4분기 합산 4000억원에 달하는 당기순손실이 예상되고 있는 만큼, 채권단 측은 늦어도 내달 중에는 감자 방식과 시기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HDC현대산업개발로의 매각이 무산된 직후, 업계에선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차등감자(대주주의 주식 소각 비율을 더 높게 적용하는 것) 가능성이 거론됐다. 하지만 최근 채권단은 균등감자도 함께 검토 중이다. 대주주에 과한 책임을 물렸다가 자칫 금호산업까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바탕이 됐다. 만약 균등감자로 진행될 경우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로 아시아나항공 경영진을 견제해 왔던 2대주주 금호석화나 소액주주들은 거센 반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 시장 전문가들은 감자 방식을 놓고 고민하는 채권단에 대해 "주도권을 잃어버렸다"고 평가하고 있다. 과거 현대상선의 사례가 비교 대상으로 꼽힌다. 현대상선이 채권단 관리(자율협약)에 들어갔던 지난 2016년,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현대상선 측에 용선료 협상을 자금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호황기에 비싼 값으로 계약한 용선료를 낮춰야만 경영 정상화가 가능하고, 다른 이해관계자들에게도 고통 분담을 요구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당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직접 선주들에게 편지를 보내며 용선료 협상에 매진했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이미 지난해 3월 부실 경영의 책임을 지고 경영 퇴진을 선언한 상태다. 책임 경영을 유도할 자금 지원 카드는 외부 매각을 확신했던 지난해 상반기 이미 소진됐다. 하지만 당장 1년 내에(지난 상반기 기준) 치러야 할 리스료 부담은 8600억원에 달한다. 리스료 인하 협상이 없다면 채권단이 출자전환으로 지원한 자금은 고스란히 해외 리스사들에게 빠져나가는 상황이다.

구조조정 M&A에 자문하는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매각 무산 등 돌발변수가 있었지만, 그렇다 해도 모든 카드를 조기에 소진해버린 것은 산업은행의 실책"이라며 "회사나 사채권자 등 이해관계자들을 쥐고 흔들 카드가 없으니, 다들 '어차피 정부가 돈 넣어주겠지' 하는 안일한 마음으로 사태를 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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