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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년 다시 읽는 이건희 경영학…빅데이터, 한류(韓流), 공유경제 내다본 혜안(慧眼)
수십년을 내다 보는 경영자…글로벌 1위 삼성 만든 원동력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 1988년 7월 23일 '정계최고 경영자 전지 세미나'에서 연설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헤럴드경제 정순식 기자] 28일 영면에 드는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시대의 변화를 누구보다 빠르게 읽은 경영자였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즈음 발간된 이 회장의 저서에 담긴 그의 경영철학은 20년이 훌쩍 지난 현재 일상을 지배하는 경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 회장은 당시 이미 빅데이터, 한류(韓流), 공유경제, 기업의 사회적 가치 등을 예견했다. 아울러 최근 재계의 화두가 되고 있는 정뷰 규제에 대한 비판도 당시의 화두였다. 이같은 점을 주목하며 이 회장을 추모하는 기업인들은 수십년을 내다 보는 경영자의 혜안이 오늘의 삼성을 만든 원동력이 되었다는 점을 부인하지 못한다.

시장의 급변을 바라보는 이 회장의 시각은 ‘게임의 룰이 바뀌고 있다’는 진단으로 요약된다. 그는 과거에는 이데올로기에 의해 동지나 적을 구분했지만 지금은 경제적 이해 관계에 따라 국가 관계가 결정된다고 분석했다. 또 선진국이 후진국 또는개도국에 한수 집어주는 ‘양보의 여유’가 있었지만, 지금은 선진국, 개도국, 후진국이 모두 똑같은 룰 하에 대등한 입장에서 일대일로 싸워야 하는 형편이라고 이 회장은 지적했다. 이 회장의 이 같은 시선은 도널드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급변한 국제 정세와 정확하게 맞아 들어간다.

이 회장은 일찌감치 빅데이터의“ 시대를 내다본 예언가였다. 그는 저서에서 ‘끈기있게 생(生)데이터를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데이터가 중요한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는훗날 판명되며, 역사의 차이는 곧 기록의 차이다”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50년된 회사와 5년된 회사의 결정적인 차이는 축적된 데이터의 양이다”라며 “생생한 데이터, 사례 연구, 역사 같은 것은 돈을 주고도 못사는 귀중한 것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20여년 전에 이미 공유 경제를 내다본 기업가였다. 소유가치에서 사용가치로 변하고 있는 시대 환경을 읽었다. 이 회장은 “소유에 집착하던 사고 방식이 사용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라며 “많은 돈을 들여 물건을 소유하기 보다 기호에 맞는 여러 제품을 값싸게 빌려서 사용하는 것이 더 편하고 만족스럽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회장의 이같은 시각은 우버, 위워크 등 공유경제가 보편화된 현재 더욱 주목받고 있다.

최근 기업규제3법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규제에 대한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오늘의 우리 사회는 모든 능력과 자질을 규제와 획일로 묶어 놓고 있다”라며 “규제와 획일은 타율과 타성을 가져오고 결국 인간의 창의성과 자발성을 막아 모든 사고와 행동이 움츠러들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또 규제가 기업들을 해외로 내몰고 있다는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 회장은 “우리나라에서는 공장 하나 짓는 데 얼마나 많은 인허가 절차와 도장이 필요한가. 지구촌 시대가 된 지금은 세계 어느 곳이든 기업 활동을 하기 좋은 곳으로 자본과 기술이 옮겨간다”라며 “이러한 상황에 한국도 많은 외국기업들을 유치해야 하는데 오히려 국내 기업들까지 밖으로 나가게 되니 심히 안타까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재계에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사회적 가치에 대한 경영철학도 일찌감치 확립하고 있었다. 이 회장은 “파이를 독점하는 이기주의는 일시적으로는 득을 보는 것 같으나 장기적으로는 모든 것을 잃는다” 라며 “협력해서 파이를 더 키워 나누는 상생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제조업 경영자이면서도, 문화콘텐츠의 저력을 확인한 기업가이기도 했다. 이 회장은 “우리는우리 문화의 우수성과 민족의 잠재력을재인식해야한다”라며 “한국인 중에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예술가가 많은 것은, 그들이 한국의 전통에 세계적인 것을 보댔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이어 “문화적 특성이 강한 나라의 기업은 든든한 부모를 가진 아이와 같다”라며 “기업 활동이 세계화할수록 오히려 문화적 차이와 색깔은 점점 더 중요한 차별화 요소가 된다”고 했다. 이 회장의 이같은 혜안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한류(韓流)의 시대를 앞당긴 자양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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