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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형은 옥살이 했지만…“이젠 병역기피 아니다” 대체복무 첫 입소 풍경
‘군입대’ 풍경과 다르지 않은 ‘대체복무 입소’ 풍경
‘병역법 위반’ 아버지 “아들에겐 길이 열려 감사”
친형은 실형 받은 입소자 “아버지·형 희생 덕분”
백종건 변호사, “교정업무 외 다른 영역 확대 필요”
종교나 비폭력·평화주의 신념 등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을 위한 대체복무제가 처음 시행된 26일 오후 대전교도소 내 대체복무 교육센터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 63명의 입교식이 열린 가운데 입교생들이 가족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헤럴드경제(대전)=김진원·안대용 기자] “들어가라 선호(가명)야.” 아들이 교도소 정문을 스스로 걸어 들어가자, 부모는 눈시울을 붉히며 손을 흔들었다. 말쑥한 정장 차림에 단정하게 머리를 빗어 넘긴 아들은 대형 여행용 가방을 끌고 들어가다 말고 서서 뒤를 돌아보곤 했다.

26일 대체복무제 시행 첫날 대전교도소에는 63명의 20·30대 남성이 합숙을 시작했다. 지금은 폐지된 경비교도대의 막사를 리모델링한 생활관에서 숙식한다. 이들은 3주간 관계 법령, 응급처치법 등을 배운다. 전투 등 사람을 향해 폭력을 행사하는 교육은 없다.

입소자 부친인 김철기(가명·53) 씨는 병역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은 당사자이기도 하다. 비록 본인은 병역법 위반으로 옥살이를 했지만 아들에겐 대체복무의 길이 열린 것에 감사하다고 했다. 김씨는 “그동안 국가는 젊은 사람들의 양심을 존중하지 못하고 범죄자로 만들었다. 양심과 인권을 존중받으며 제도권에서 봉사할 수 있게 됐다. 한국사회가 성숙해진 뜻 깊은 날” 이라고 했다.

이날 입소한 이들은 수년간 법정을 오간 경험이 있다. 이진욱(가명·31) 씨는 2016년 3월 첫 영장을 받았고, 재판이 시작됐지만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온 이후 2월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그는 대체복무제를 택할 수 있었지만, 먼저 영장을 받은 친형은 실형을 살고 나왔다. 그는 “아버지·형 세대가 국방의 의무로 인해 희생을 한 덕분에 이제 신념을 지키며 양심을 반하지 않고도 의무를 다할 수 있게 됐다”라고 했다.

 

종교나 비폭력·평화주의 신념 등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을 위한 대체복무제가 처음 시행된 26일 오후 대전교도소 내 대체복무 교육센터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 63명의 입교식이 열린 가운데 입교생들이 입교식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대체복무제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선 무엇보다 제도의 합리적 운영과 함께 군에 입대한 이들과의 형평성을 잘 맞추는 게 중요하다. 법무부도 이 점을 특히 강조하면서 “복무난이도를 현역과 유사한 수준으로 선정해 대체복무가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대체복무제가 일단 교도소 근무로만 이뤄졌지만, 향후 분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로 변호사로는 처음 법원에서 징역 1년6월을 선고받고 복역했던 백종건 법무법인 위(WE) 변호사는 “그동안 병역거부자들이 교도소에 수용이 돼 있었는데, 이제는 수용이 아니라 복무를 하는 개념으로 바뀌어 상당히 기쁘고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초적 훈련이 있으면 방역이나 구조활동을 백업하는 일은 할 수 있다고 본다”며 “교정시설의 복무가 좀 검증된다면 다른 영역에서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도 시행 이후엔 실제 근무 여건 및 복무 기간 등에 대한 논의 필요성이 다시 제기될 수 있다.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법무법인 제민 변호사는 “대체복무제의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복무기간이라 본다. 외국 입법례에 비춰보면 대체복무는 현역복무보다 1.5배 정도로 정하고 있다”며 “현역 복무나 보충역 근무보다 기간이 길다든가 근무조건이 열악하든가 하면 신념에 따른 병역의무에 역차별 될 수 있어서 그런 점 합리적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후 전국 각지에 있는 교도소·구치소에서 1년6월의 군 복무를 대체해 3년간 근무한다. 교도소 재소자들을 위한 식자재 운반 조리, 영치품 관리, 도서 배부, 중환자 보조, 환경 미화 등의 업무에 투입된다. 기존에 교도소 재소자 중 모범수들이 담당했던 업무들이다. 보수 및 휴가·외출·외박은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현역병의 기준에 맞춰 지급될 예정이다.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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