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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건희 별세] “천재 1명이 10만명 먹여살려"…유별난 천재사랑
사장 평가항목에 인재확보 숫자 반영
"여자라고 불이익…기업의 기회손실"
열린채용, 인재육성 각종 프로그램 안착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2002년 계열사 사장 평가항목에 '핵심인재를 얼마나 확보했는지'를 반영하며 인재 확보를 독려했다. [삼성 제공]

[헤럴드경제 김현일 기자] "앞으로 (각 계열사) 사장을 평가할 때 인재확보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반영하겠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2002년 5월 전자계열사 사장단을 불러놓고 사장 평가방식을 바꾸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핵심 인재를 몇 명이나 뽑았고, 뽑기 위해 사장이 얼마나 챙기고 있으며 확보한 핵심 인재를 성장시키는데 얼마나 노력하는지를 사장 평가항목에 반영합시다"라고 말했다. 인재 확보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장들, S급 인재영입 못하면 일류 불가능"

이 회장은 "S급 인재 10명을 확보하면 회사 1개보다 낫다. 그런 S급 인재는 사장이 직접 발로 뛰어다녀도 찾을까 말까다. 업무 절반 이상을 S급, A급 인재를 뽑는 데 할애하라. 이게 안 되면 일류 기업은 불가능하다"고 역설했다.

이 회장은 '천재'에 가까운 인재상을 추구하며 인재 영입과 양성에 열의를 보였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선언 이후 10년을 맞은 2003년에도 이 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명의 천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고 '천재 경영'을 강조했다.

창업주 이병철 선대 회장이 재무 전문가를 선호했다면, 이 회장은 기술에 통달한 엔지니어를 높이 평가했다.

이 회장은 자서전 '생각 좀 하면서 세상을 보자'에서 "미국이 소프트, 하드웨어를 다 점령하고 엄청난 돈을 버는 원동력도 따지고 보면 그 나라가 세계 각국의 두뇌들이 모인 용광로이기 때문"이라며 "전 세계의 천재가 한곳에 모여서 서로 협력하고 경쟁할 수 있는 두뇌 천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여자라는 이유로 채용이나 승진에서 불이익을 준다면 기업의 기회 손실은 무엇으로 보상할 것인가?"라며 여성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진은 2011년 9월 반도체16라인 가동식에 참석한 모습. [삼성 제공]
"여성임원은 사장까지 돼야"…열린채용 최초 도입

인재를 선발할 때 성별, 학벌, 학력을 따지지 않는 것 역시 이 회장의 철학이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성(性)과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학력, 학벌로 불이익을 주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렇게 삼성그룹은 1995년 7월 국내 기업 최초로 '열린 채용'을 시작했다.

1997년 자서전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에서 이 회장은 "여자라는 이유로 채용이나 승진에서 불이익을 준다면 기업의 기회 손실은 무엇으로 보상할 것인가?"라며 여성인재에 대한 동등한 기회 보장을 강조했다.

2011년 8월 여성 임원들과의 오찬을 앞두고 출근길에서도 이 회장은 "여성임원은 사장까지 되어야 한다. 사장이 되면 본인의 뜻과 역량을 다 펼칠 수 있으니 사장까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성과주의를 안착시키며 핵심 인재들에 대한 보상과 양성에 주력했다. 사진은 2011년 9월 반도체16라인 가동식에 참석한 모습. [삼성 제공]
S급 인재는 사장 연봉 보장…성과주의 안착

성과주의 또한 이 회장의 작품이다.

이 회장의 뜻에 따라 삼성그룹은 핵심 인재를 S급(Super), A급(Ace), H급(High Potential)으로 구별, 같은 직급일지라도 연봉이 4배까지 차이가 나도록 하고 있다.

S급은 계열사 사장 연봉과 맞먹는 인재로 최소 상무 이상의 대우를 받는다. A급은 외국 박사 출신이나 수재급 인재로 특정 분야에 뛰어난 경우에 해당한다. H급은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충분한 실무급 인재를 지칭한다.

이 회장은 인재 양성을 위해서라면 돈을 아끼지 않았다. 이 회장은 취임 후 새로운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속속 도입했다.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삼성의 경영철학과 핵심가치를 전파하는 SVP(Samsung Shared Value Program) ▷우수 평가를 받은 관리자급 직원을 외국 명문대나 국내 주요 경영대학원에 2년간 파견하는 SLP(Samsung Business Leader Program) ▷임직원이 외국에서도 무리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외국어와 매너 등을 가르치는 SGP(Samsung Global Talent Program) ▷임원이 될 부장을 선발해 5개월간 역량을 계발하는 '임원양성 프로그램' ▷1년간 외국에서 생활하며 견문을 넓힐 수 있도록 모든 경제적 지원을 해주는 '지역전문가제도' 등을 운영하며 인재 양성에 힘을 실었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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