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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신-사망 연관성’ 규명 아직…독감 백신 ‘접종 지속’ 딜레마
같은 제조번호 맞고 사망 사례 2건 확인
의사協 “일단 중지하고 원인부터 밝혀야”
“코로나19·독감 동시유행 가능성 높아”
의료계 중단보다는 ‘잠정유보’에 방점
22일 서울의 한 병원 독감예방접종 창구 앞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접종한 뒤 사망한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면서 독감 예방접종을 계속 진행해야 할지를 두고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아직까지 보건당국은 백신과 사망 간 연관성이 밝혀지지 않은 만큼 접종을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망자가 계속 추가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에서는 예방접종을 일시 중단하고 원인부터 밝혀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더구나 동일한 제조번호의 백신을 맞고 사망한 사례가 2건이나 확인되면서 향후 문제가 된 백신에 대한 사용중지 또는 폐기와 같은 추가 조치도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

▶독감 백신 접종 사망자 32명…같은 제조번호 백신 맞은 사례도 나와=질병관리청 집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인천의 17세 고등학생 사망 사례 보고 이후 연일 사망자가 계속 추가되면서 독감 백신 관련 사망자는 23일 0시 기준 총 32명으로 늘었다.

인천을 비롯해 전남 광주·순천·목포, 전북 고창·임실, 제주, 대구, 경기 광명·고양·성남, 경북 성주·상주·영주·안동, 경남 창원·통영, 서울, 강원 춘천·홍천, 부산 등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다만 첫 사망 사례인 인천 고등학생의 경우 부검 결과 백신으로 인한 사망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사망자 중에는 같은 제조번호의 백신을 맞은 사례가 2건 확인되면서 백신을 둘러싼 불안감이 증폭되는 모습이다. 질병관리청의 환자 집계 순서로 11번과 22번 사망자, 13번과 15번 사망자는 각각 ‘스카이셀플루4가’의 같은 로트번호 제품으로 접종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앞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22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만약 같은 제조공정, 로트번호에서 추가 사망자가 나오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해당 로트는 봉인조치하고 접종을 중단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재검정을 요청하겠다”며 “아직은 제품 자체의 문제나 즉시 조치가 필요한 단계는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고 답했다.

정 청장의 답변 이후 동일한 제조번호의 백신을 접종한 사람 중 사망자가 4명까지 확인되면서 백신이 원인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만약 이후에도 같은 제조번호의 백신으로 인한 사망자가 계속 나온다면 해당 백신에 대한 접종을 중단하는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일시 중단하고 원인부터”…“접종은 반드시 필요해”=보건당국은 백신 접종과 사망 간의 인과관계가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만큼 접종을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질병관리청은 이와 관련 23일 ‘예방접종 피해조사반 회의’와 ‘예방접종 전문위원회’를 잇달아 연다. 이날 회의에서는 독감 예방접종 현황을 점검하고 독감 접종과 사망 원인과 관련성, 국가 백신접종 사업 유지 여부 등을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 내에서도 백신 접종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다만, 지금 접종하느냐 마느냐의 차이일 뿐 독감이 유행하기 전에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는 데에는 같은 의견을 내보내고 있다.

의협은 이와 관련 “예방접종 후 사망보고 간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현재 시행되고 있는 독감 관련 모든 국가 예방접종과 일반 예방접종을 일주일간 유보할 것을 권고한다”며 “잠정 유보한 동안 사망과 백신 접종과의 인과성 등 백신 및 예방접종 안전성에 대한 의학적 근거를 확보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청했다. 일부 전문가들도 백신의 안전성이 확인될 때까지 며칠 간 접종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예방접종이 그대로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한백신학회는 아직 독감 백신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접종을 지속해야 한다고 했다. 백신학회는 “특히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계절 독감이 동시에 유행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독감 백신 접종을 지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계에서는 접종 ‘일시 중단’과 ‘그대로 진행’의 의견이 엇갈릴 뿐 접종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모두 동의하고 있다. 독감은 11월 말에서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하므로 이르면 이달, 늦어도 11월 중순까지는 백신 접종을 마쳐야 한다. 항체가 형성되는 시간 등을 고려하면 독감 백신은 접종 후 2주 후부터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연간 3000여명이 독감으로 인한 합병증, 폐렴 등으로 사망하고 있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제가 고령자라면 백신을 맞겠다. 독감으로 인한 사망도 적지 않으므로 우선 접종해야 한다”며 “근본적으로는 예방접종을 하는 게 맞지만 짧은 기간에 사망이 많이 보고되는 만큼 며칠 더 기다려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말했다.

의협 역시 독감 백신 접종을 아예 중단하라는 건 아니다. 민양기 의협 의무이사는 “백신 접종을 계속해야 한다는 데는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중단이 아니라 일주일간 잠정 유보해 원인을 규명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주 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 무턱대고 중단해야 한다는 건 논리적이지 못한 접근”이라며 “고령자가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을 경우 독감으로 인한 폐렴, 기저질환 악화 등으로 사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고위험군은 중증으로 악화할 경우 사망할 위험이 높으므로 맞긴 맞아야 한다”며 “대신 어르신은 편안한 상태에서 접종하고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는 환경 등을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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