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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신적 공황상태’ 등 해경 발표, 피격 공무원 사자명예훼손 여지”
공무원 유족 “사자명예훼손 등 법적조치 취할 것”
“해경, 사실인 것처럼 설명…추정으로 월북 결론”
“해경 발표내용, 文대통령 답변으로 의심하게 돼”
법조계 “망자에 대한 예의 아냐”
어업지도선 무궁화10호. 북한군 총격을 받고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가 실종 직전까지 탄 배다. [연합]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해양경찰이 ‘정신적 공황 상태’, ‘현실도피’ 등의 표현을 써 가며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A(47)씨가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힌 것을 두고 사자명예훼손 논란이 일고 있다. 방어권이 없는 망자를 두고 쓰기엔 과한 표현이었다는 것이다. 숨진 공무원 유족은 물론 법조계에서도 적절하지 못한 표현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A씨의 형 이래진(54)씨는 23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의사의 진단서도 없는 상황에서, 동생이 정신적 공황상태였다 판단했다”며 “사실인 것처럼 설명을 한 뒤 추정으로 월북했다고 결론냈다. 해경을 대상으로 유가족이 직접 사자명예훼손에 따른 고소를 포함해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경은 지난 22일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한 자료에서 “이번 수사는 선박 폐쇄회로(CC)TV 자료나 실종자의 휴대폰 등 결정적인 단서나 목격자가 없고, 북한 해역에서 실종자가 발견돼 실종과 관련된 사실관계를 밝히는 데에 현실적인 한계가 있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실종자는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 도피의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결론냈다.

해경은 월북에 대한 근거로 A씨가 인터넷 도박에 몰입하고 있었던 점, 발견될 당시 부유물에 의지한 채 구명조끼를 착용한 상태에서 북측 수산사업소 부업선에 자신의 인적사항을 밝히고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점 등을 ‘정황’으로 꼽았다.

이씨는 “조카의 구구절절한 편지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해경 조사 결과를 보자고 말씀하셨는데, 해경의 발표 내용이 대통령의 답변인지 의심이 든다”며 “해경은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경의 발표 내용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은 법조계에서도 나온다. 법무법인 하나의 강신업 변호사는 “수억원대 도박을 했다고 하더라도 돈을 잃어 A씨가 공황 상태에 빠졌는지는 다른 문제”라며 “해경의 발표가 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것인지 따져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실 도피, 공황 상태 등과 월북과 관계가 명확하지 않다. 소송이 진행될경우, 만약 해경이 (자신의 발표 내용이)거짓이라는 정황을 인지하고 발표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사자명예훼손을 의율(적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형법 제308조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법무법인 예현의 신민영 변호사도 “사자명예훼손죄는 표현의 자유 등을 이유로 허위사실만 처벌하기 때문에 입증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법적으로 문제는 안 될 수 있지만 해경의 이같은 발표는 방어권이 없는 망자에 대한 예의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기관이 경계해야 되는 것이 결론에 맞게 과거의 증거를 수집하는 확증 편향”이라며 “반대 증거도 충분히 수집한 후 이에 대한 발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경의 이 같은 발표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 자체에 대해서 어떤 내용도 언급하지 않는 다른 수사기관의 태도와도 대비된다. 박 전 시장이 사망하면서 박 전 시장 성추행 고소 사건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종결됐다. 경찰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혐의’ 자체가 아닌, 서울시의 성추행 방조 혐의, 2차 가해 등의 범죄에 대해서만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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