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서병기 연예톡톡]‘가짜사나이’가 남긴 후유증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가짜사나이’ 논란은 우리에게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특수부대 훈련 장면을 담은 유튜브 웹예능 ‘가짜사나이’는 한때 누적 조회수가 5600만회를 기록할 정도로 높은 인기와 화제성을 자랑했다. 하지만 선글라스 교관 이근 대위 등 교관들에 대한 추문과 의혹들로 결국 시즌2는 한 달도 채 못가서 중단됐다.

유튜브나 OTT 등에서 갑자기 유명해지면 폭로→논란→추락으로 이어지는 패턴 같은 게 생긴 것 같다. 이근 대위가 유명해진 속도만큼이나 추락하는 속도도 엄청나게 빨랐다. 클릭신(神)을 금과옥조로 삼는 시장에서는 해당 인물을 끌어올리는 글(영상)이나 떨어뜨리는 글(영상) 모두 화제성에서 크게 성공하기 때문이다.

이근 대위는 ‘빚투’로 시작해 가짜 경력 의혹·성추행 처벌 전력 등이 논란이 됐지만 일부가 사실로 알려져지면서 그가 출연했던 영상물을 재빨리 지워야 했다.

유튜브 채널 ‘피지컬갤러리’가 만든 ‘가짜사나이’는 한 프로게이머 유튜버의 감량특집으로 시작됐다. 쉽게 감양하기 어려워 밀리터리 요소를 집어넣어보자는 건전한 발상이었지만, 이내 수위를 넘었다.

특히 한국사회의 특수성인 군대 훈련을 담고 있는데다 MBC ‘진짜 사나이’에 대한 불만(?)을 근거로 하고 있어 시작부터 큰 반응이 나왔다. 그 불만은 리얼군대체험이라고 했지만, 가짜로 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나왔다.

따라서 ‘가짜사나이’는 ‘해군 UDT/SEAL(특전단)’ 훈련을 표방하며 해병대의 지옥주, 생식주 훈련까지 보여주었다. 고강도의 자극적 장면들이 나오면서 가학성 논란으로 이어졌다. 시즌2에서는 어느 정도 체력에 자신이 있는 참자가들이 나왔지만, 부상자가 속출했다. ‘밀리터리 포르노’라는 말까지 나왔다.

‘리얼’을 보여준다는 명목으로 심각하게 한계상황까지 몰고 가면서 자극성은 올라가고 그럴수록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교관은 훈련생들에게 “죽지 않는다”고 다그쳤고, 안간 힘을 쓰는 훈련생 옆에서 종을 들고다니며 “포기해! 퇴교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죽지 않을 정도의 자극은 내보내도 된다는 말인가? 군대라 하더라도 저렇게 훈련하는 게 인권 차원에서 괜찮은 것인가? ‘리얼’이라는 이름하에 이뤄진 ‘미화’다.

더 무서운 것은 극한훈련에서 보여주는 당연한 행위조차도 교관이 “너 인성 문제 있어”라고 말하는 정도가 아니라, 훈련을 못버티고 낙오를 하면 집단에 민폐를 끼친 것처럼 여기게 만든다는 것이다.

‘N포세대’의 일부 젊은이들은 끝까지 버티는 참가자를 보고 용기를 얻었다고 하지만, ‘훈련 포기=(인생)낙오자’로 만들어버리는 건 위험하다. 기성세대와 사회구조의 문제를 개인의 잘못으로 만들어버리는 얄팍함이다.

‘가짜사나이’의 인기를 업고 ‘가짜소방관’도 나온다고 한다. 자극성뿐만 아니라 그안에 담긴 맥락도 경계해야 한다.

/wp@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