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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산인프라 인수 나선 KDB인베, 기관투자자 불신 넘을까
KDB인베, 외부 기관투자자 자금 모집 방침
"현대중공업이 甲 아니냐"는 기관 우려 넘어야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산업은행의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KDB인베)가 현대중공업과 손잡고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KDB인베의 외부자금 조달 성공 여부에 업계 관심이 모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참여를 설득하기 위해 예비입찰 일정을 연기할 정도로 절실했던 상황이, KDB인베에 자금을 댈 외부 기관투자자들에게는 달갑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DB인베는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위해 재무적투자자(FI)로서 부담할 자금을 산업은행 외부 민간 기관투자자들에게 조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KDB인베가 두산인프라코어 원매자로 나선 것을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결국 산업은행이 두산인프라코어에 대한 투자 부담을 계속 지기로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놨다. 하지만 이동걸 산은 회장이 직접 "KDB인베의 의사결정과 자사(산은)는 별개"라고 강조했듯, 최소한 공식적으로는 산은의 개입 없이 독립적으로 인수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KDB인베 고위 관계자는 "아직 입찰도 마무리되지 않은 초기 단계라 인수자금 조달 방안을 얘기하기에는 이르다"면서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등 딜이 가시화하면 외부 자금 조달에 나설 계획이고, 산은의 투자를 받는 방향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KDB인베의 외부 자금 조달이 수월하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나온다. 전략적투자자(SI)인 현대중공업과 함께 투자 구조를 짜는 과정에서, 아무래도 KDB인베가 아쉬운 소리를 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같은 추측은 지난달 예비입찰이 기존 계획보다 1주일 연기돼 진행되면서 일었던 잡음 때문이다. 일정 연기는 입찰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현대중공업을 설득하기 위한 시간이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당초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관련 소송 부담을 두산그룹이 책임지기로 하면서 그에 따른 추가 검토 기간을 원매자들이 요청했기 때문으로 알려졌지만, 애초에 DICC 관련 부담을 지기로 한 것부터가 현대중공업을 끌어들이기 위한 결단 아니었냐는 시각이다.

M&A업계의 한 관계자는 "KDB인베가 현대중공업을 설득하고 나선 것은, 두산인프라코어가 FI보다는 SI에게 인수돼 향후 재매각 과정에서 잡음을 일으킬 가능성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산업은행의 속내에 부응한 것으로 보인다"며 "당초 입찰에 참여하지 않으려던 현대중공업을 설득하고자 몸을 낮추는 과정에서 FI로서의 투자 조건은 불리해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물론 업계 시각처럼 산업은행이 현대중공업에 특혜를 주려 했다기보다는, 단순히 입찰 흥행을 위해 현대중공업 설득 작업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숏리스트(적격예비인수후보)에 이름을 올린 MBK파트너스나 글랜우드PE처럼 수년 뒤 두산인프라코어를 재매각해야 하는 FI 입장에서는, 산업은행이 선호하는 원매자가 나타났다고 인수 가격을 크게 높여 부를 유인이 낮다는 평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두산인프라코어는 일부 방산 사업도 영위하고 있기 때문에, FI 입장에서는 향후 재매각 과정에서 해외 원매자를 제외해야 하는 부담을 지고 입찰에 뛰어든 셈"이라며 "현대중공업이 인수전에 참여했다고 해서 공격적으로 가격을 높여 부를 상황은 아닐 것"이라고 분석했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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