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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혜원의 골프 디스커버리] 빠져 나올 수 없는 징크스

선수들에게 물으면, 대부분은 일부러 징크스를 안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대답한다. 거기에 얽매이고 자신을 제한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굳이 징크스나 미신을 믿지 않더라도, 경기가 잘 풀린 날은 꼭 그 전날 먹었던 식당에 가서 같은 음식을 먹는다든지, 그날 했던 루틴, 연습을 다음날 똑같이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세계 어느 투어를 가든 마찬가지다. 최경주도, 안병훈도 스코어가 좋은 날에는 전날 먹었던 식단을 그대로 먹은 적이 종종 있다고 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발전을 위해서는 계속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징크스나 미신은 변화를 두려워하게 만들기 때문에 선수들은 꺼려한다. 그러나, 잘 친 라운드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선수들은 남들보다 더 뛰어난 재능을 가졌기 때문에 프로라는 직업을 택했고, 우승을 위해 플레이한다. 그들의 직업은 아마추어들이 보기에 매일 골프를 치는 꿈같은 일이지만, 매주 결과로 드러나는 순위로 자신을 평가해야 하고, 숱한 패배를 경험해야 한다. 정해진 순위 안에 들지 못하면, 다음 해에 이 직업을 계속 할 수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또한, 선수가 되었다는 건 그만큼 승부욕이 강하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선수들은 잘 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하려고 달려들 것이다.

이달 초, PGA투어로 가기 위한 등용문인 2부 콘페리 투어에서 재미있는 일이 일어났다. 에반 하멜링은 32세, 콘페리 투어 신인이다. 올 시즌 16개 경기중 8개 대회에서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그는 10월 첫째주, 사바나 챔피언십에 출전했다. 그러던 그가 본 대회 셋째날 5언더파 67타를 치며 처음 선두를 잡았다. 그런 그가 다음날 우승을 하기 위해 한 일은, 전날과 똑같은 옷을 입는 것이었다. 노란 셔츠에 하늘색 바지, 갈색 벨트에 흰색 모자, 그리고 양말까지도 맞추어 신었다. 3라운드 때 입은 옷을 저녁에 세탁하고, 다음날 입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그날 전반에 3개의 버디를 잡으며 선두를 유지하다가, 다시 보기 3개를 기록하면서 케빈 도티와 연장전에 나갔다. 그리고 연장 첫 홀에서 3m 버디를 집어 넣으며, 콘페리 투어 첫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상금은 한화로 약 1억 2000여만원. 그가 일년 내내 번 상금의 2배가 넘는 금액이다.

타이거 우즈의 빨간 셔츠는 이제 매주 일요일 입는 그의 상징이 되어 버렸지만, 그의 수많은 우승을 지켜본 선수들은 그가 우승권에 있을 때 빨간 셔츠를 입은 그를 보면 우승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게 우연치 않게 만들어진 습관이나 루틴이 선수 본인에게도 자신감을 줄 뿐만 아니라 자기도 모르게 상대방에게도 보이지 않는 힘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선수들이 징크스나 미신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자신에게 꼭 의미가 있는 볼마크를 사용하거나, 굳이 자기가 좋아하는 숫자가 박힌 공을 사용하는 건 매우 일반적이다.

너무도 잘 치고 싶다는 선수들의 집념이 만들어낸 크고 작은 습관들이 그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편안하게 해주어 좋은 결과를 이루는데 도움이 바란다.

〈KLPGA 프로 · PGA투어 한국콘텐츠 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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