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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CJ컵, 미국 개최 ‘ 예상 못한’ 소득 얻었다
코로나19로 제주서 개최지 변경
세계랭킹 상위 선수들 대거 출전
‘비비고 로고’ 10억 가구에 중계
황금시간대 노출 홍보효과 만점
더 CJ컵에서 두차례 우승을 차지한 전 세계랭킹 1위 저스틴 토마스 5번홀 티샷 모습. CJ그룹은 한식 세계화 브랜드 비비고 로고를 티박스나 연못 장치물 등에 노출, 무관중 대회를 홍보에 절묘하게 활용했다. [CJ그룹 제공]

계획에 없던 일이었지만 계획적으로 성공한 대회다. CJ그룹은 PGA투어와 10년간 개최키로 한 더 CJ컵 4번째 대회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함으로써 절묘한 마케팅 기회를 활용할 수 있었다.

더 CJ컵은 10년간 한국에서 개최하기로 했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예측 못한 변수가 발생하면서 올해 개최지가 제주도에서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바뀌었다. 이는 미국 시장 공략과 글로벌을 지향한 CJ그룹에 절묘한 홍보의 기회가 됐다.

애초 아시안스윙 대회는 PGA투어 선수들에게 장거리 이동이라는 부담이 커 120여명 이상이 출전하는 풀 필드 대회 개최에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 따라서 페덱스컵 랭킹 60명이 출전하되 나머지는 스폰서나 현지 투어에서 선수들을 출전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아시아에서 가장 처음 만들어져 6년을 진행한 말레이시아의 CIMB클래식은 나쁜 선례다. PGA투어의 스타급 선수들은 신생 대회에 그것도 비행기를 오래 타는 아시아 대회에 출전하는 것을 반기지 않았다. 그래서 매년 대회를 치르면서도 유명 선수가 와주기를 바라는 데 그쳤다. 시차때문에 미국 현지 시청률이 저조했고, 결국 대회는 조용히 막을 내렸다. 후원기업 CIMB는 돈만 쓰고 글로벌 홍보 효과를 얻지 못했다.

2017년 신설된 더CJ컵도 처음엔 다르지 않아보였다. 하지만 CJ그룹은 상금규모를 늘리고, 10년이란 장기 계획을 짜고, 별도의 팀을 꾸려 1~2년 전부터 스타급 선수들과 친밀감을 높이면서 첫해부터 이름있는 선수 영입에 성공했다.

3년간 휴양지 제주도에서 열고, 음식과 선수들의 편의를 잘 챙기는 대회로 소문나면서 CJ컵은 매년 스토리를 낳았다. 첫해는 ‘올해의 선수’에 선정된 저스틴 토마스가 출전해 드라마틱하게 연장전 승리를 거두고, 신인상을 받은 잰더 쇼필리, 세계 랭킹 1위였던 제이슨 데이와 아담 스콧 등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출전했다.

2회 대회 역시 ‘올해의 선수’에 선정된 브룩스 켑카가 출전해 게리 우들랜드와의 대결 구도를 펼치면서 우승했다. 마침 그 다음주에 세계 골프랭킹 1위에 처음 올랐다. 3회 대회는 토마스가 뉴질랜드 교포 대니 리와의 아슬아슬한 승부 끝에 타이틀을 되찾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차로 인해 미국에서의 시청률은 높지 않았다.

코로나변수로 올해는 미국에서 개최되면서 TV중계엔 호재가 됐다. 또한 코로나19 확진으로 불참한 세계 1위 더스틴 존슨을 제외하면 세계 골프랭킹(OWGR) 상위권자 대다수가 나오고, 페덱스컵 랭킹 67위까지 출전하면서 메이저대회를 방불케하는 화려한 라인업을 볼 수 있게 됐다.

대회를 마치고 OWGR에서 평가된 필드력(SoF)은 610점이고 우승자인 제이슨 코크랙이 받은 포인트는 무려 68점이었다. 한주 전에 마친 유러피언투어 메이저 대회 BMW챔피언십의 필드력이 258점에 우승포인트 64점, PGA투어 슈라이너스아동병원오픈의 필드력이 392점에 우승 포인트 54점이었던과 잘 비교된다.

무관중으로 진행되면서 CJ그룹은 한식 세계화 브랜드 비비고를 전 세계 골프팬들에게 효과적으로 홍보했다. 비비고 로고는 선수들의 티박스나 연못 장치물 등으로 곳곳에 노출됐다. 이 경기는 NBC골프채널을 통해 전세계 226개국 10억 가구에 중계됐다.

온라인을 활요한 한식 소개 컨텐츠도 다양했다. 대회 전날 리키 파울러, 세르히오 가르시아, 이안 폴터 등의 선수가 비빔밥과 만두를 직접 만들거나 젓가락질을 하는 이벤트도 열었다. 대회장의 비비고 키친에서는 선수들의 건강과 위생을 고려한 도시락 형태의 ‘비비고 한식 런치박스’가 인기였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3년 전 첫 대회에서 골프채널 방송에 출연해 K푸드와 K컬처를 소개했다. 올해도 이 회장이 등장해 대회를 알리고 내년에는 해슬리 나인브릿지에서 개최한다고 소개했다. 그룹 총수가 직접 방송에 나오는 건 극히 이례적이다.

CJ그룹은 2030년 월드 베스트 CJ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고, 이를 위해 10년 동안의 골프 대회를 주최해 세계 속에 브랜드를 알린다는 포부를 밝혔다. CJ그룹은 이 대회가 국가 브랜드 제고 및 국가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제주에서 시작한 대회가 올해 미국을 거쳐 다시 내년에는 한국으로 돌아온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면서 더 큰 대회로 성장해가는 큰 그림의 절반 정도가 그려지고 있다.

남화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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