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팀 교체 지시는 위법” 검찰 독립성 저해 지적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9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 출근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최근 불거진 라임 펀드 수사무마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검찰총장을 배제하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역대 세번째로, 한 사람의 장관이 2회 이상 수사지휘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추 장관은 19일 라임 자산운용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남부지검 수사팀이 윤 총장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사한 후 그 결과만을 총장에게 보고하도록 조치하라고 지휘했다. 특히 서울남부지검 수사팀은 로비 의혹이 의심된 검사와 수사관을 모두 배제하고 수사팀을 새롭게 꾸리도록 지시했다.
라임 사건 외에도, 윤 총장의 배우자 회사가 전시회를 기획하면서 협찬을 받았다는 의혹 및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관여했다는 의혹, 윤대진 사법연수원 부원장의 친형이 뇌물을 수수한 사건을 무마했다는 의혹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로 조치했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는 지난 7월2일 검·언 유착 의혹 사건에서 윤 총장을 배제하도록 지시한 이후 108일 만이다. 다만 지난 번과 같은 대검과의 극한 대치상황은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검은 이날 수사지휘권 발동 직후 입장을 내고 “금일 법무부 조치에 의해 총장은 더 이상 라임사건의 수사를 지휘할 수 없게 됐다”며 “수사팀은 검찰의 책무를 엄중히 인식하고, 대규모펀드사기를 저지른 세력과 이를 비호하는 세력 모두를 철저히 단죄함으로써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추 장관 이전에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던 사례는 2005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참여정부 시절 천정배 법무부장관은 김종빈 당시 검찰총장을 향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던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구속 수사하지 말도록 지휘했다. 다만 이 때는 김 총장이 검찰의 독립성을 저해하는 조치라며 반발해 사표를 내면서 따르지 않았다. 수사지휘권을 행사해 관철시킨 사례는 추 장관이 유일하다.
추 장관은 “라임 로비의혹 사건은 관련된 진상을 규명하는데 있어 검찰총장 본인 또한 관련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독립적인 수사가 필요하다”라고 했다. ‘라임 전주(錢主)’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야권 인사에 대한 수사 무마 의혹을 제기하면서 윤 총장의 이름을 거론한 데 따른 조치다.
대검은 앞서 “검찰총장이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반대되는 법무부의 발표 내용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것으로, 총장에 대한 중상모략과 다름없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라임 사건 뿐만 아니라 윤 총장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졌던 각종 의혹에 관해서도 대검이 관여하지 못하도록 조치하면서 사실상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게 독립적 지위를 부여했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의 배우자와 장모, 측근인 윤대진 검사장의 친형 사건까지 망라하면서 “여러 건의 고소·고발이 제기돼 수사 중에 있음에도 장기간 사건의 실체와 진상에 대한 규명이 이뤄지지 않아 많은 국민이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은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인정되는 것인데도, 단기간에 두차례나 행사됐다는 점에서 추 장관은 검찰의 독립성을 저해한 조치를 취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전직 부장검사는 “다른 건 모르겠지만, 장관이 남부지검 수사팀을 새롭게 재편하라고 하고, 중앙지검 수사팀을 보강하라고 한 것은 장관이 총장 이외에게 구체적 수사지휘를 할 수 없다는 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청법상 법무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총장만을 지휘, 감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 차장검사급 검찰 간부는 “아직 남부지검 수사가 종결되지 않았는데, 수사무마라고 감찰을 하고 수사팀을 교체하라고 하는 것은 법무부가 사건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전례를 남기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사실상 검찰총장 보고 나가라는 소리”라고 했다. 윤 총장의 임기는 내년 7월24일까지로, 19일 현재 279일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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