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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의 명성황후 살인 목격, 경복궁 러시아 당직자 사바틴 스토리

  • 전날부터 당직 서다가 1895년 10월 사건 목격
    지도 등을 통해 자세히 진술, 19일~전시회 공개
    신변 위협 느껴 꼼짝못하고 한국떠났다가 재입국
    러공사관,독립문,중명전,정관헌,손탁호텔 건축관여
  • 기사입력 2020-10-1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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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1895년 10월 8일 새벽, 러시아 청년 아파나시이 이바노비치 세레딘-사바틴(사바틴, 1860~1921)은 조선 주재 일본공사였던 미우라 고로를 필두로 한성 주둔 일본군 수비대와 일본공사 관원, 낭인 집단 등이 경복궁에 난입해 명성황후를 시해한 사건을 목격한다.

사건 전날 경복궁에서 당직을 서기 위해 출근해 있었기 때문이다. 사바틴과 미국인 다이 장군이 당일 새벽 4시 명성황후의 처소인 건청궁 곤녕합에서 일본의 극악무도한 집단들이 조선의 국모를 처참하게 살해하는 장면을 지켜본 것이다. 신변의 위협을 느낀 사바틴은 꼼짝할 수 없었다.

사바틴

러시아 청년 사바틴은 1883년 인천해관 직원으로 조선에 입국해, 이 살인 사건 직후 일본측의 살해 위협 등으로 신변 상 두려움을 느껴 잠시 조선을 떠났다가, 1899년 경 다시 인천으로 돌아와 1904년 러일전쟁 후 한반도를 떠나기까지 건축과 토목사업에 참여한다.

그는 1904년 조선을 떠날 때까지 제물포항의 부두를 축조하고, 조선의 궁궐 건축물과 정동 일대 근대 건축물의 설계와 공사를 맡았던 인물이다. 특히,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아관파천과 관련된 러시아공사관 건축에도 참여하는 등 우리 근대 건축사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사바틴이 건축에 관여한 러시아공사관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올해 한국-러시아 수교 30주년 기념과 상호 문화교류 해를 맞아 19일부터 11월 11일까지 근대기 조선에 머무르며 근대 건축물의 설계와 공사에 관여했던 사바틴을 주제로 한 특별전 ‘1883 러시아 청년 사바틴, 조선에 오다(부제: 사바틴이 남긴 공간과 기억)’을 개최한다.

전시는 19일 개막과 온라인 전시 공개를 먼저 시작하며, 현장관람은 20일부터 덕수궁 중명전(2층)에서 한다. 한러 수교일은 1990년 9월 30일이다. 앞서 조러 수호통상조약은 사바틴이 입국한 이듬해인 1884년 7월 7일 체결됐다.

러시아에는 현재 한류붐이 일고있으며, 최근 일본을 경계하고 한국을 지지하는 등 한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전시는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조선에 온 러시아 청년 사바틴, 러시아공사관, 사바틴의 손길이 닿다, 사바틴, 제물포와 한성을 거닐다 등 총 3개 주제로 나누어 진행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사바틴이 그린 경복궁 내 명성황후 시해장소 약도와 시해에 대한 사바틴의 증언서(제정 러시아 대외정책문서보관소 소장)를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사바틴이 그린, 일본의 명성황후 살인사건 약도

조선 사람들은 한자어를 빌려 우리말로 표기하는 음차(音借) 방식으로 사바틴의 성(姓)인 세레딘-사바틴을 ‘설덕(薛德), 살파정(薩巴丁), 살파진(薩巴珍)’ 등으로 불렀다. 사바틴은 1883년 9월 조선에 와서 인천해관에서 승선세관감시원(tidewaiter)으로 일했으며, 1888년 한성으로 가서 궁궐 건축을 담당하였다. 이와 관련한 활동 흔적들과 조러수호통상조약 관련 자취들이 이번 전시에서 공개된다.

러시아 공사관 건립은 러시아 대리공사 겸 총영사직을 맡았던 베베르가 주도했는데, 그는 부임 전에 공사관 건축을 위한 부지 매입, 도면과 예산을 작성하는 임무를 맡았다.

사바틴은 이밖에 제물포구락부, 독립문, 중명전, 정관헌, 손탁호텔 등 건물에 관여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번 전시에서 사진들과 모형을 확인할 수 있다.

대조선인천제물포각국조계지도 사바틴 서명 부분

이번 전시에서는 해당 건물을 기념품으로 간직할 수 있도록 엽서를 제작하였는데, 엽서의 바코드를 전시장 기기(機器)에 넣으면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의 사진을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전시의 현장 관람은 20일부터 덕수궁 중명전(2층)에서 개최하며, 자세한 관람 안내는 덕수궁관리소 누리집(www.deoksugung.go.kr)을 참고하면 된다. 또한,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관람객 마스크 착용, 입장 전 발열 확인, 한 방향 관람과 안전거리 유지(2m) 등 안전수칙을 준수하여 운영한다.

전시장 관람이 어려운 분들을 위해 온라인 전시를 19일 개막과 함께 진행한다. 문화재청 누리집(www.cha.go.kr)과 유튜브(https://www.youtube.com/chluvu), 다음 갤러리(https://gallery.v.daum.net/p/premium/sabatin) 등에서 가상현실(VR) 영상 등 현장감을 느낄 수 있는 사진과 영상을 공개할 계획이다.

한편, 전시와 연계된 강연회도 11월 2일 오후 2시부터 경복궁 흥복전에서 진행한다. ‘사바틴 거주 당시의 국제 정세와 한러 관계’(경상대학교 김제정 교수)라는 주제로 진행하는 이번 강연에는 사바틴이 건립했던 건청궁 내 관문각 터와 사바틴이 목격했던 을미사변 현장인 곤녕합을 답사하는 순서도 마련되어 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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