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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에 빛나는 부실 사모부채 펀드…글로벌 '머니 블랙홀'
부실부채펀드 조성 목표치, 연초比 25% 급증
부도 리스크 높아지지만 선별 투자자에겐 기회
닷컴버블 붕괴 당시 20% 넘는 연간 IRR 기록
팬데믹 기회 삼은 2020년 빈티지 펀드 기대감↑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경기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부실화한 기업 부채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노리는 사모대출펀드(PDF)에 글로벌 자금이 쏠리고 있다.

글로벌 대체투자 리서치 기관 프레킨(Preqin)의 최근 분석 따르면, 지난 상반기 말 사모 부채에 투자하는 전략으로 자금을 모집 중인 펀드의 규모(목표 조성 금액)는 2390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연초 조사한 금액 보다 25%가량 증가한 규모다. 지난 2015년 이후 6개월 증가폭과 비교했을 때 가장 가파르게 증가했다. 지난 상반기 중 이미 조성을 마친 PDF를 전략 별로 살펴보면, 특히 특수 상황(스페셜시추에이션)이나 부실 부채에 투자하는 전략으로 조성된 펀드의 비중이 각각 36%와 29%로 가장 많았다.

부실 부채에 투자하는 전략은 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질 때 투자자들로부터 주목 받는다. 경기가 위축되면 자연스레 많은 투자자들은 부실 부채 자산에 대한 노출을 줄이려고 한다. 하지만 패닉으로 인해 이들 자산에 대한 리스크가 잘못 평가되고 있다고 판단하는 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황에서 기회를 발견한다.

부실 부채에 투자하는 전략은 과거 위기 때 얼마나 높은 성과를 냈을까.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 붕괴로 인한 불황은 21세기 최초의 전 세계적 불황이었다. 2000~2002년 중 투자를 시작한 부실 부채 펀드의 연간 순 내부수익률(IRR) 중앙값은 이후 올해까지 어떤 3년 성과와 비교해도 높다. 일반 사모부채에 투자하는 전략과 비교하면 2005년까지 매년 초과성과를 달성했고, 특히 2003년에는 10%포인트 이상 높은 수익률(순IRR 중앙값)을 냈다.

이 기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 금리를 기존 6%에서 0.75%로 인하했는데, 이는 미국 기업의 부채 발행 규모가 2001년 8490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특히 투자 위험이 수반되는 하이일드 채권의 발행 규모는 320억달러에서 780억달러로 두 배 이상 증가해, 부실 부채 펀드가 투자할 수 있는 자산들이 시장에 쏟아졌다. 물론 당시 기업 부도율은 16.8%로 치솟았지만, 선별 역량을 갖춘 투자자들에게는 높은 수익을 낼 기회였다.

2008년 금융 위기 전후로 조성된 펀드 역시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 미국 기업의 부채 발행 규모는 2009년 급증했는데, 특히 하이일드 채권은 420억달러에서 1460억달러로 증가했다. 이들 자산에 투자했을 2008년 빈티지 부실 부채 펀드의 순IRR 중앙값은 15.2%에 달했다. 닷컴 버블 붕괴 당시보다는 소폭 낮았지만, 표준 편차는 최저를 기록해 고루 높은 성과를 달성했음을 알 수 있다.

팬데믹 위기와 함께 조성된 올해의 펀드들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현재 세계 금리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위축에 대응하기 위해 사상 최저치를 이어가고 있고, 기업 부채 발행 규모는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올해 상반기 미국의 하이일드 채권 발행 규모는 이미 지난해 8월까지의 발행 규모를 넘어섰다.

프레킨은 "만약 코로나19 위기가 최악으로 치닫는다면, 2020년 빈티지 펀드는 부실 부채 투자 영역에서는 더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유리한 경제 환경을 누리게 될 것"이라며 "금융 시장 상황이 더욱 악화되면 후속 빈티지까지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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