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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속 그리워진 ‘만남’…대면 중고거래, ‘어른들의 놀이’가 되다
분유포트 택배 거래 제시했지만 “아이 땜에 바쁠까봐 직접 왔어요”
“물건값 7000원이지만 교통비로 등으로 다 써…그래도 재미있다”
업계 “안전결제 이용하거나 공공장소에서 만나야”

중고 물품 거래 애플리케이션인 당근마켓의 월간 활성이용자 추이. [당근마켓 제공]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서울 영등포구에서 아기를 키우는 김모(36)씨는 최근 대면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에서 분유포트 구매 의사를 밝히면서 "시간이 여의치 않아 송금할테니 그냥 택배로 부쳐 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상대방은 별다른 얘기없이 김씨가 구매 의사 글을 올린 날 저녁 직접 김씨를 방문해 분유포트를 건넸다. 이유를 묻자 "아이 때문에 바쁜 거 같았고, 포트가 택배 이동 중에 깨질 수도 있을 것 같아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김씨는 고마운 마음에 교통비를 얹어 돈을 지불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불필요한 물건을 정리하고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는 중고 물품 거래가 활성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존 송금 방식이 아니라 대면으로 서로 물건을 주고받는 중고 거래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하나의 사회 문화로 자리잡는 모양새다.

기존 중고 거래와 차이가 나는 부분은 경제적 득실뿐 아니라 이용자들이 거래를 하나의 ‘재미’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물건 값 7000원짜리 파는데, 중간 지점으로 약속해서 오가는 지하철비에, 간식이랑 음료수 먹으니 7000원 넘었다. 근데 판매 자체가 설레고 재밌어서 자꾸 하게 된다"는 글이 올라왔다. 여기에는 "나도 매번 그런 식이다" "득실을 떠나 자꾸 하게 된다. 인생 사는 재미 같다" 등 공감하는 댓글이 달렸다.

때론 거래의 재미에 '감동'도 포함된다. 또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혈압 측정기를 중고로 내놨다가 오타 섞인 문자와 함께 5000원을 깎아 달라는 요청이 들어와 만났는데, 나가 보니 나이지긋한 노부부였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그렇게 흥정한 2만5000원을 받고 돌아서려는 찰나, 돌아가신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생각이 나서 다시 전화를 걸어 그들에게 물건값 2만5000원을 전부 돌려드렸다. '이거 쓰고 꼭 건강해지세요'라고 말씀드리고 한참 그들의 손을 꼭 잡고 있다가 돌아섰다"고 적었다. 그가 일기처럼 써 내려간 글에는 "마음이 따뜻해진다", "잘하셨다", "감동이다" 등의 댓글이 쏟아졌다.

역시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박모(41)씨는 "필요한 제품인 '프라이팬'을 키워드로 입력한 뒤, 호출이 올 때 마다 확인한 끝에 도보 10분 거리에서 이사하는 사람으로부터 1000원에 '득템'할 수 있었다"며 "인덕션용 프라이팬이 비싸서 마트 갈 때마다 쳐다만 보고 돌아왔는데, 새것 같은 프라이팬을 거의 무료로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같이 기존 중고 거래와 달리 직접 만나는 ‘직거래’가 활성화된 것은, 코로나19로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크게 줄어들면서 앱으로 소통 후 집 앞 등 야외에서 마스크를 쓰고 간단히 만나 거래하는 문화에 대한 흥미가 높아진 것도 이유로 지목된다. 실제 대표적 대면 중고 거래 앱인 당근마켓의 거래 활성 이용자는 코로나19 직전인 올해 1월 480만명에서 9월 1151만명으로 약 2.4배 급증했다.

다만 직거래 시 사람이 많은 공공 장소를 활용하는 것이 좋고, 사전 송금을 요구하는 경우는 주의해야 한다. 김씨의 경우 상대방에 따라 사기를 당할 위험성도 있었던 셈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완수(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온라인 사기범들은 주로 수요가 많은 물품을 싼값에 내놓은 후 코로나19를 핑계로 택배 거래를 유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중고 물품 거래 인터넷 카페인 중고나라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직거래보다는 안전결제를 활용해 사기의 위험성을 줄이고, 아무래도 상대방이 눈앞에 있을 때보다 세심하게 물건을 살필 수 있는 '애스크로 제도'를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근마켓은 안전한 거래를 위해 전화번호나 주소 등 개인 정보 공유는 피하고 1대 1 방식의 '당근 채팅'을 통해 약속 시간과 장소를 정하며, 이때 직거래 장소는 누구나 찾기 쉬운 공공장소에서 만날 것을 권하고 있다.

youkno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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