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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늘어가는 20대 탈모…“조롱 줄어야 ‘탈밍아웃’ 할 텐데…” [헤븐]
탈모 환자 증가세…20대 증가가 가장 커
활발한 온라인 분위기 오프라인으로 이어져
여전히 민감한 질병…선뜻 말하기 어려워
정확한 정보 바탕으로 터놓고 고민해야

 

[헤럴드경제=박재석·김빛나 기자] #1 “탈모의 시작은 증상을 인정하는 것부터…”

직장인 박모(30) 씨는 2016년 가을부터 5년째 탈모 약을 복용 중이다. 사실 그는 약을 복용하기 전부터 머리카락이 조금씩 빠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증상을 인정하지 않았다. 박씨는 “‘탈모가 나는 빗겨가겠지’하는 기대감이 있었다”며 “약 먹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박씨는 심한 탈모증을 겪고 있는 젊은 사람을 우연히 봤다. 그는 ‘만약 약을 먹지 않으면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고 했다. 박씨는 곧장 자신의 탈모 증상을 인정했고, 가까운 병원을 방문해 약을 처방받았다.

#2 “회사 사람들이 탈모라는 사실을 알까봐 바람 불 때마다 머리 뒤쪽을 잡았어요”

긴 웨이브 머리를 한 직장인 김모(27) 씨는 한동안 머리를 묶고 다녔다. 머리 뒤통수에 지름 6㎝ 정도 되는 원형탈모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 씨가 처음 원형탈모를 발견한 건 입사한 지 3개월이 됐을 때. 새 직장에서 야근에 시달리고, 직장 선배로부터 폭언까지 들어가며 일을 했던 그였기에 탈모를 발견하고 마음이 씁쓸했다.

탈모 환자↑… 20대 증가가 가장 커

탈모 증세를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20대가 큰 폭으로 늘고 있다. 탈모는 더 이상 중장년층에게만 찾아오는 질병이 아니다. 최근 4년 간 20대 탈모 환자 수는 30대, 40대보다 늘었다.

16일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 따르면 다른 연령대에 비교 했을 때 20대, 그 중에서도 20대 남성 탈모 환자 수가 늘었다. 지난해 20대 남성 탈모 환자 수는 3만387명으로 4년 전에 비해 5498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안 2927명이 증가한 30대, 3226명이 증가한 40대보다도 더 늘어난 수치다. 공식적인 통계 자료인 걸 감안하면 실제 탈모 환자 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분석된다.

전체 탈모 환자 수도 2015년 20만8534명에서 지난해 23만3638명으로 2만명 이상 늘었다.

이런 추세 때문에 탈모 관련 상품의 인기는 나날이 치솟고 있다. G마켓이 올해(1월1일~10월6일) 20대 고객의 탈모 샴푸나 흑채와 같은 탈모 상품 판매량을 조사해보니 전년 동기 대비 판매가 2.08배 늘었다. 최근 한 달(9월6일~10월 6일)동안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6% 증가했다.

탈모 관련 네이버 카페에 글이 꾸준히 올라온다. [사진=해당 카페 캡처]
활발한 온라인 커뮤니티… 분위기 오프라인으로 이어져

탈모로 고민하고 병원을 찾는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탈모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어지는 모습도 보인다.

탈모 증상과 진료 후기 등을 공유하는 네이버 카페의 회원은 약 25만명에 달한다. 전체 가입자의 약 45%가 25~35세 회원이다. 게다가 지금도 하루 170~200명가량의 사람들이 가입한다. 탈모 증상과 진료 후기, 탈모 용품 사용 후기 등 진솔한 이야기를 담은 글이 매일 300건 이상씩 올라올 만큼 탈모 관련한 진솔한 이야기도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다.

전문가들도 온라인 커뮤니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널을 운영하며 탈모를 드러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자라다티비’를 운영하는 류정규 자라다의원 원장은 “과거에는 스스로 탈모에 대한 얘기를 꺼내기 어려운 상황이 많았다“며 “탈모가 별 게 아니고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질병이라는 사실을 얘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증상을 드러내고 빨리 치료하면 좋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환자분들의 생각과 태도도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온라인에서 일어나는 활발한 논의는 실제 생활에서의 인식 변화로 이어진다. 특히 온라인에 친숙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탈모가 더 이상 숨겨야 하는 부끄러운 질병이 아니라는 생각이 퍼지는 것이다.

탈모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농담의 소재로 이용하는 인터넷 밈(meme·인터넷상에 재미난 말을 적어 넣어서 다시 포스팅 한 그림이나 사진) 등이 탈모에 대한 인식을 바꿨다는 반응도 있었다. 탈모 증상을 자연스럽게 털어놓을 여지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박씨는 “재미있는 농담이 많아서인지 예전보다는 편하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많이 형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여전히 민감한 ‘질병’…선뜻 말 꺼내기 어려워

탈모에 관한 얘기가 활발해지고, 농담이 늘었다고 탈모가 젊은 세대에게 말하기 편한 주제가 된 것은 아니다. 탈모는 여전히 말하기 껄끄러운 민감한 질병이다. 증상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큰 상처로 남기도 한다.

특히 입학이나 입대, 취업, 결혼 등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맞이하는 20~30대 가운데 적은 머리숱이 불이익으로 다가온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류 원장은 “젊은 환자들 중에는 취업을 앞두고 오는 사람들이 가장 많다”며 “대학에 입학하고서, 군대 가기 전, 결혼하기 전에 병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탈모의 증상에 따라서도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르다. 앞서 입사 스트레스로 인한 탈모로 4개월 째 치료를 받는다던 김씨는 “회사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될까 밤잠을 설쳤다”고 말했다. 그는 “여사원의 외모평가가 잦은 회사라 직장 동료들의 놀림감이 되거나 상사 입에 오르내릴까 전전긍긍했다”며 “화장실에서 울면서 떨어진 머리카락 개수를 하나씩 세어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생긴 탈모로 약을 복용 중이라는 직장인 전모(29) 씨도 “진짜 심각한 사람은 말을 안 하고 어느 정도 컨트롤 할 수 있는 사람은 개그 소재로 편하게 이야기하는 분위기 같다”며 “나도 아직 그렇게까지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서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3년째 탈모 약을 복용 중이라는 직장인 김모(27)씨 또한 “인터넷 밈 정도는 재밌게 넘길 수 있지만 오프라인에서 탈모 환자를 보고 조롱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머리가 더 빠질까봐 걱정된다”며 “조롱이 줄어야 사람들이 탈밍아웃도 적극적으로 하고 치료 잘 받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해당 카페 운영자도 이 점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 중 하나라고 말했다. 카페 관계자는 “해결할 수 없는 이유로 탈모 증세를 호소하는 사람들에게 탈모는 웃어넘길 수 있는 아니다”라며 “증상이나 사람의 성향에 따라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른 만큼 농담을 비롯해 탈모 관련 이야기는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 원장은 유튜브를 통해 탈모 관련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자라다TV 캡처]
정확한 정보 중요… 혼자만의 고민은 아니야

그럼에도 탈모는 증상을 터놓고 말해야 하는 질병이다. 진단과 치료법이 정형화 해있는 만큼, 증상 초기부터 꾸준히 치료받으면 상태가 나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끄러워 증상을 숨기는 사람들이 하루 빨리 증상을 터놓고 병원을 방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류 원장은 유튜브를 시작한 계기에 대해 “이미 탈모가 많이 진행된 상태에서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을 보면서 안타까웠다”며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치료들을 하자는 취지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류 원장은 숨어있는 환자들을 양지로 끌어내기 위해서 정확한 정보가 무엇보다 우선시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탈모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질병이며 어떤 처방은 탈모에 효과적이고 어떤 약품은 효과적이지 않다는 등의 정확한 정보가 쌓여야 여러 환자들이 모이고 우호적인 분위기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탈모가 혼자만의 고민이 아니라는 분위기를 만들 필요가 있다. 카페 관계자는 “치료 후기나 약 복용 후기 등을 공유하면서 소통을 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며 “‘탈모인데 어떡하지’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글을 보고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치료하고 극복하는데 나도 할 수 있다고 느끼게 해야한다”고 말했다.

Heav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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