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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찾기 GPS가 답일까?

낯선 장소에서 우리는 어떻게 길을 찾을까? 왜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길을 훨씬 잘 찾을까? 길은 잃은 사람들은 왜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게 될까?

뇌과학, 행동과학, 인류학, 심리학을 오가며 과학저술가 마이클 본드가 ‘길 잃은 사피엔스를 위한 뇌과학’(어크로스)에서 내린 결론은 길찾기 능력이 생존의 핵심 조건이라는 점이다. 호모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 같은 다른 인류를 제치고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었던 비결도 바로 탐험 욕구와 길찾기 능력에 있다는 것이다.

화석 증거에 따르면, 13만 년 전, 우리의 선조들은 무려 240km 이상 떨어진 곳에 있는 집단을 찾아가 교류했다. 지도나 나침반도 없이 어떻게 길을 찾아간 걸까. 해답은 지명에 있다. 이누이트족의 경우, 개천과 호수, 섬은 물론 돌무더기에도 이름을 붙였다. ‘엉덩이처럼 생긴 두 섬’이란 뜻의 눌루야크, ‘바닥이 밝은 색이어서 빛나는 것처럼 보이는 호수’라는 뜻의 카우마뉴알루크 등 지형의 특징을 꼼꼼하게 묘사해 길을 찾기 쉽도록 했다.

방향감각이나 공간 지각력 같은 길찾기 능력이 인지능력과 연관돼 있다는 건 알려진 사실이다. 공간 및 길찾기에 관련된 정보를 저장하는 뇌 부위는 해마로 기억과 관련이 있다. 해마는 길을 찾을 때 뿐 아니라 기억을 체계화할 때 더 많은 역할을 한다.

2014년 노벨생리학상을 수상한 존 오키프는 거의 모든 전치사들이 장소와 사물 사이의 공간적 관계를 표현한다는 사실을 지적, 인간의 언어 체계가 공간적인 뼈대 위에 구축됐을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인간관계 역시 공간적 표현을 사용하는데, 저자는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 관계와 공간능력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저자의 탐색 가운데 흥미로운 지점은 길 잃은 사람과 우울증 환자의 심리적 공통점을 언급한 부분이다. 길을 잃은 사람은 세상과 단절됐다는 생각에 공포에 질리고 두려움 때문에 주변 풍경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등 이성을 상실하게 되는데, 이는 정신 질환을 겪는 이들에게서도 똑같이 나타난다.스트레스 호르몬이 해마의 위치세포를 약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문제는 GPS에 의존하는 오늘날 길찾기 능력이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로를 따라가기 때문에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주변의 변화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행동반경도 할머니 세대보다 30분의 1로 줄었다.

저자는 길을 찾는 행위가 사회적 행위임을 강조하며, 상호 교류를 통해 인류가 발전해왔다는 점에 힘을 싣는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길 잃은 사피엔스를 위한 뇌과학/마이클 본드 지음, 홍경탁 옮김/어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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