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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기업의 시간, 정치의 시간

  • 기사입력 2020-10-14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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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이라는 단어는 음습한 인상을 풍긴다. 파벌, 족벌 등에서 보듯 무리와 세력을 뜻하는 벌(閥)의 단어가 주는 폐쇄성 때문인 듯싶다. 고도의 압축 성장 과정에서 벌어진 불법과 탈법, 편법 등 재벌기업들의 과오 또한 부정적 인상에 힘을 보탠다.

민주화 시대가 열린 이후 그래서 재벌은 늘 규제와 공격의 대상이었다. 수위는 더욱 거세졌고, 논리도 한층 세밀해졌다. 이 과정에서 민주화의 개념도 세분됐다. 직선제 등으로 대변되는 정치민주화와 구별되는 경제민주화 개념이 등장했다. 경제민주화는 ‘재벌규제’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이었다.

성숙기로 접어들며 극심해진 양극화 구조는 ‘재벌규제’의 자양분이 됐다. 들끓는 민심은 가진 자들에 대한 시기와 질투로 폭발하곤 했다. 정치 진영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외면할 수 없었다. 진보 정권뿐 아니라 시장경제와 기업의 우군이라 믿었던 보수 정권도 경제민주화를 수용하고 나섰다.

최근 정치권과 재계가 격돌하는 기업규제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논란도 이 흐름의 연장선이다. 정부·여당은 이 법안을 공정경제3법이라 부르고 있다.

현장에서 이를 지켜보자니 재계와 정부·여당이 내세우는 논리는 각기 설득력이 충분하다. 너무나 팽팽해 쉽게 끝날 싸움이 아닐 듯싶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대목을 꼽자면 서로 접점이 없다는 데 있다. 밀고 당기며 수렴하는 중간 지대가 없다. 차원 자체가 다르다. 아마도 각자 철학의 근간을 이루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으로 보인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부·여당이 재벌을 바라보는 시간은 수십년 전에 머물러 있다. 이들에게 재벌은 ‘잠재적 범죄자’다. 불법과 편법을 일으킬 수 있는 사고뭉치다. 정부의 규제 법안들은 이미 다른 제도적 견제 장치들을 갖춘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정부는 재벌을 믿지 못한다. 규제 법안은 끝내 강행 수순을 밟고 있다.

기업가들은 억울하다. 재벌 총수는 더 이상 과거의 어두운 이미지의 재벌이 아니다. 21세기의 혁신형 기업가로 변모해 있다.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고, 총수가 직접 나서 직원의 행복을 외친다. 지난해 초 직원과 100번의 행복 토크를 약속했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기어이 연말 이 약속을 지켰다. 가장 예민하고 근본적인 승계 문제도 그렇다. 국내 1위 그룹의 총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하는 자리에서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이 부회장의 이 약속은 정부가 추진 중인 재벌 규제의 존재 이유에 근본적인 물음표를 던졌다. 사실 재벌의 경영권 승계는 이제 물리적으로도 쉽지 않다. 재계에선 길어야 1세대 정도 승계가 가능할 것 같다고 점친다. 천문학적인 상속세, 한층 엄격해진 사회 시선 등을 감안할 때 일감몰아주기와 같은 편법을 동원할 틈새가 전혀 없다.

문득 고대 그리스인들의 시간 개념이 떠오른다. 물리적 시간을 뜻하는 ‘크로노스’와 목적의식이 개입된 주관적·정성적 시간의 ‘카이로스’ 말이다. 정부와 여당의 뿌리 깊은 재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과거 어두운 ‘카이로스’의 시간에 멈춰 있어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사이 재벌은 긴 크로노스의 시간을 거치며 변화를 거듭해 왔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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