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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김필수] Skin in the Game

최근 두 인물의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정책 영향력이 큰 두 사람인데,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정책의 당사자가 됐다.

#. 홍 부총리는 ‘전세 대란’을 몸소 겪고 있다. 서울 마포 전셋집의 계약이 곧 끝나는데, 집주인이 직접 살겠다며 나가 달라고 한 것.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7월 31일 발효)에 따르면 홍 부총리는 계약갱신을 청구할 수 있지만, 예외조항(집주인 및 직계존속이 실거주할 경우 세입자는 집을 비워줘야 함)에 의해 새집을 구해야만 하는 처지가 됐다. 문제는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것. 전세매물이 씨가 마른 데다, 전셋값도 2억원 이상 폭등해서다. 마포에 계속 살려면 2억원 넘는 돈을 더 내든지, 아니면 보다 싼 곳으로 가야 한다.(거기라고 전세매물이 있을지 모르지만)

홍 부총리는 이런 상황이 알려진 지난 8일 기재부 국감에서 “2개월 정도면 임대차3법의 효과가 나지 않을까 했는데, 아직 전세시장이 안정화되지 못해 안타깝다. 추가 대책을 계속 강구해 보겠다”고 말했다. 아이러니하다. 자신이 주도한 주택정책의 파장을 직접 체험하고 있으니 말이다.

#. 양 최고위원은 ‘대주주 주식양도세 과세 논란’의 당사자였다. 삼성전자 임원 출신인 그는 올 4월 21대 총선에서 당선된 뒤 삼성전자 주식 전량(배우자 보유분 포함 2만7000주)을 팔았다. 무려 35년간 갖고 있던 주식인데, 공직자윤리법상의 이해충돌 여지를 없애기 위해 처분한 것. 4월 중후반 삼성전자 주가는 5만원 수준으로, 매도 규모는 13억5000만원가량으로 추정된다. 그는 3억원 넘는 양도세를 냈는데, 만약 4월 이전에 팔았다면 내지 않아도 될 세금이었다. 주식양도세 대상이 되는 대주주 요건이 15억원(시총)에서 10억원으로 강화된 게 올 4월부터였기 때문이다.

이 요건이 내년 4월부터는 3억원으로 더 강화돼 최근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다. 대주주로서 몸소 주식양도세를 내본 양 최고위원은 지난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런 취지의 발언을 했다. “내가 직접 겪어보니, 대주주 범위에 직계존비속 보유분까지 합산하는 것은 바꿔야 하고, 3억원 기준도 합리적이지 않더라.”

베스트셀러 ‘블랙스완(Black Swan)’으로 유명한 뉴욕대 교수 나심 탈레브의 최근작은 ‘스킨 인 더 게임(Skin in the Game)’이다. 착 감기지 않는 말인데, ‘선택과 책임의 균형’(한국어판 표지), ‘행동과 책임의 균형’ 등으로 설명된다. 정책집행이나 투자조언을 하는 사람은 자신도 당사자가 돼 책임까지 져야 균형이 맞는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직접 손에 피를 묻히는 사람만이 행동(선택)할 자격이 있다는 얘기다.

비슷한 의미를 가진, 적나라한 용어가 미국에 있다. ‘치킨호크(chickenhawk)’. ‘강경한 겁쟁이’라는 의미로, 전쟁 등에 적극 찬성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분쟁지역에 가본 적이 없는 정치인, 고위관료, 평론가 등을 이르는 말이다.

대주주 양도세 과세와 관련, 양 최고위원의 말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이유는 스킨 인 더 게임을 했기 때문이다. 이제 홍 부총리도 스킨 인 더 게임에 들어섰다. 당사자로서 피부에 와닿는 추가 전세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까.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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