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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 설] 핵포기 안 한다는 북한에 유화책은 소용없다

11일 새벽까지 계속된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다양한 언변과 연기에도 불구하고 북한정권의 본질은 영원히 변할 수 없음을 다시 한번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핵보유국 인정과 그걸 담보로 하는 국제적인 지원책이 나올 때까지 핵과 운반수단 개발은 계속하겠다는 의지만 재확인됐기 때문이다.

사실 열병식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전쟁 도발 능력을 과시하면서 평화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게 열병식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발언은 한술 더 뜬다. 대부분이 ‘네모난 동그라미’와 같은 형용모순이다.

변변한 치료제나 진단시약조차 없이 수만명의 군인과 인민을 거리행사로 내몰아 놓고는 “코로나19의 병마와 싸우는 병사와 인민을 위로한다”고 말하는 게 김정은 위원장이다. 표류한 한국 국민을 총격하고 시신을 불태워 놓고는 “사랑하는 남녘의 동포들에게도 따뜻한 위로의 마음을 보낸다”고 공개연설하는 게 그다. 비핵화가 한반도는 물론 세계 평화의 전제임을 모를 리 없으면서도 자주국방을 위해선 “핵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고 공언하는게 김 위원장이다. 심지어 전쟁억제력을 계속 강화해나가겠다며 미사일 개발 가속화를 천명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남과 북이 두 손을 맞잡을 날을 기원한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한 가닥 기대의 끈을 놓지 못하는 우리 정부의 반응이 허탈할 뿐이다. 청와대는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남북관계를 복원하자는 북한의 입장에 주목한다”고 밝혔다. 통일부도 “남북관계 발전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북한이 자신만만하게 끌고 나온 그 거대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보고도 놀라지도 않는다. 평화를 원한다면서 전략무기 증강에 몰두할 수 있느냐는 항의는 기대할 것도 없다. 그나마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과 관련한 공동조사를 재차 촉구한 것이 다행스러울 정도다.

미국 정부가 “북한이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우선시하는 건 실망스럽다”고 즉각 반응을 보인 것과 너무 대조적이다.

북한의 핵전략이 변함없듯 경제난도 개선될 조짐은 없는 듯하다. 오죽하면 김정은 위원장이 고맙고 감사하다를 연발하며 면목없다고 고개를 숙였을까. 먹고사는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의미에 다름 아니다. 정부는 북한에 핵을 포기하면 많은 것이 개선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시키는 데 앞장서야 한다. 그렇게 중국과 러시아도 설득해야 한다.

무작정 종전과 평화만을 얘기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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