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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 설] ‘오락가락’ 사회적 거리두기, 제대로 된 원칙 만들자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12일부터 2단계에서 1단계로 낮췄다. 그동안 영업이 제한됐던 수도권의 유흥주점 등 ‘고위험시설’ 문이 다시 열리고 프로스포츠 관중 입장도 이뤄진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두 달간 이어지면서 국민의 피로도가 높아졌다. 무엇보다도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런 마당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두자릿수를 유지하면서 거리두기를 1단계로 내릴 명분은 충분하다.

하지만 정부가 내세웠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하향한 것은 오락가락 원칙이 없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제시한 1단계 기준은 일일 확진자 50명 미만에 감염경로 불명 사례 비율이 5%에 미만, 방역망 내 관리비율 상승 또는 80% 이상일 때 적용된다. 하지만 지난달 27일부터 최근 2주간 하루 평균 지역발생 신규 확진자는 59.4명이다. 감염경로 불명 사례 비율도 19%로 ‘5% 미만’이라는 기준의 4배가 된다. 방역망 내 관리비율도 80%에 못 미친다. 어느 하나도 1단계로 낮출 요건이 되지 않는데도 정부가 스스로 정한 원칙을 깬 것이다. 물론 수도권을 뺀 다른 지역의 확진자 발생이 많지 않고, 경제에 대한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생각하면 단순히 숫자에 얽매일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지금 상황이 원칙을 깨고 거리두기를 완화할 때인지는 의문이다. 당장 1단계 하향조정을 발표한 12일 신규 확진자는 97명으로 세자릿수에 근접했다. ‘50명 미만’이 아니라 다시 세자릿수로 늘어날 여지가 충분하다. 이런 추세가 며칠 이어지면 당장 2단계로 상향조정해야 할 판이다. 10일 전 세계 신규 확진자는 38만명으로 역대 최다였다. 사흘 새 100만명이나 늘었다.

이런데도 국민의 피로감, 경제상황을 앞세워 거리두기를 완화하는 게 옳은 것인지는 의문이다. 코로나19 재난에 방역효과도 거두면서 경제에 충격을 줄이고 동시에 국민의 피로를 낮출 수 있는 방법은 애초부터 없다.

정부는 이전에도 원칙과 무관하게 사실상 2.5단계로 불리는 거리두기를 시행한 바 있다. 이번 1단계 하향조정 역시 수도권은 1.5단계가 적용된다 할 수 있다. 정부가 원칙을 지나치게 유연하게 적용하다 보면 국민 입장에서는 지금이 괜찮은 건지 아닌지를 오히려 헷갈릴 수도 있다. 오히려 거리두기를 오락가락하는 게 국민에게 더 많은 스트레스를 줄수 있다. 원칙을 왔다갔다 할 수밖에 없다면 차라리 지금보다 거리두기 단계를 세분화하거나 조금 더 유연한 새로운 원칙을 만드는 게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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