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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요양병원 암치료비…이젠 제발 법대로

[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보암모)’ 회원들은 삼성생명이 암환자의 요양병원 치료비를 지급하지 않는 것이 부당하다며 2년 가량 소송을 이어왔다. 최근 대법원은 보암모 공동대표 이모씨가 제기한 암 입원비 지급 청구 상고 소송에서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렸다. 심리불속행은 대법원이 원심에 법 위반 등 특별한 사유가 없다고 판단해 본안 심리를 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다. 대법원이 삼성생명에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본 2심 판단에 법리상 오해가 없다고 본 것이다.

삼성생명이 1990년대에 주로 판매한 암보험의 약관을 보면 ‘암의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하여 4일 이상 계속 입원’하는 경우 입원급여금을 지급하라고 적혀 있다. 요양병원 입원비 지급 분쟁의 핵심은 암 환자의 요양병원 입원을 ‘직접적 치료’로 볼 것인가이다. 보암모가 재판에 패소한 것도 이들의 요양병원 치료가 암의 직접적인 치료에 해당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금융감독원은 이번 대법원 판결은 제한적인 경우라며 선을 긋고 있다. 이번 소송과 관련된 요양병원 암 입원비는 금감원에서 지급을 권고한 유형에 포함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금감원은 암보험 민원과 관련해 지난해 9월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말기암 환자의 입원 ▷집중 항암치료 중 입원 ▷암수술 직후 입원 등에 대해서는 보험사가 요양병원 입원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기준을 세웠다. 이에 해당할 경우 각 보험사에 보험금 지급 재검토 할 것을 권고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에 해당하는 민원이 금감원에 들어오면 사안을 묶어서 보험사에 재검토하라고 전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부터는 요양병원 암 입원보험금을 아예 별도 특약으로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대법원 결정에도 보암모 회원들은 시위를 계속하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시위가 다른 이들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점이다. 서초동 삼성사옥 주변에서 계속되는 시위로 삼성생명 인근 주민들과 사내 어린이집의 피해가 심각하다. 상여를 끌고 장송곡을 부르며 건물 주변을 도는 퍼포먼스는 이미 큰 화제가 됐다. 시위 참가자들은 불편을 호소하는 부모들에는 “엄마 아빠가 삼성에 다니는 아이들은 당해도 싸다”고 답하기도 했다.

삼성생명과 어린이집 등은 시위금지 가처분신청을 낸데 이어 손해배상 청구 소장도 발송했다. 하지만 일부 보암모 회원이 4개월 동안 소송 서류를 수령하지 않아 대안으로 공시송달을 진행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이 나온 경우에 대해서는 수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번 판결과 다른 경우라면 협의를 하거나, 다시 금감원 민원이나 분쟁조정 절차를 밟는 게 옳다. 그 마저도 안된다면 소송을 하면 된다. 금감원은 금융회사가 분쟁조정 결과에 불복할 때 소송을 지원하는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제도를 통해 해결할 길이 다양한데 애꿎은 이들에 피해를 주면서까지 자신들의 요구만 주장하는 것은 너무 이기적인 게 아닐까.

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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