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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노동법 뜯어고쳐야 하지만 ‘기업규제 3법’과 연계 안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성역처럼 돼 있는 게 우리나라의 노동법 관계”라며 정부·여당에 노동관계법 개정을 제안했다.

노동법을 뜯어고치자는 김 위원장 제안의 배경이 무엇이고, 정치적 함의가 어찌 됐든 방향 자체는 맞는 말이다. 그가 인용했듯 우리의 고용률은 141개국 중 102번째, 노사관계는 130번째, 임금의 유연성은 84번째로 모두 ‘후진국’ 수준이다. 노사관계가 후진성을 면치 못하는 것은 기울어진 운동장 때문이다. 게다가 노동법 개혁은 누구라도 말하면 안 되는 성역이 돼버린 게 현실이다. 무엇보다 이 정부 들어서 주52시간 근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안 그래도 노(勞)쪽으로 기운 운동장이 더욱더 노동계로 쏠리고 있다.

게다가 정부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노조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런 현실에서 야당 대표의 노동법 개정 발언 자체만으로도 의미있는 진전으로 평가할 만하다. 김 위원장은 저서에서 “만악의 근원이 기업노조에서 비롯됐다”고 밝힌 바 있다. 표현이 거칠긴 하지만 우리 노사관계를 보면 틀린 말이 아니다. 불균형이 일상화된 노동시장에서 노사 간 균형추를 맞추는 게 절실하다. 사용자 측을 위해서가 아니라 한국경제의 앞날 때문이다. 노동생산성을 뛰어넘는 경직된 임금시스템을 개혁하고 고용 유연성을 확보하는 게 시급하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상시화되는 등 노동시장에 큰 변화가 몰려오는 마당에 낡은 노동관련법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김 위원장이 개혁화두를 던진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우려스러운 대목도 있다. 일부에선 이른바 ‘기업규제 3법’에 대해 원론적인 찬성입장을 밝힌 김 위원장이 협상카드로 노동법 개혁을 꺼내들었다고 분석한다. 본인 스스로 별개라고 했지만 여당에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

하지만 기업규제 3법과 노동법 개혁이 거래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기업규제 3법은 이미 많은 문제점이 노출됐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경영자총협회를 방문해 재계의 의견을 청취했다. 기업규제 3법은 재계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반영할 일인데, 이를 노동법 개혁과 연계하겠다면 경제를 진정으로 걱정하는 게 아닌 수준 낮은 정치적 셈법에 불과하다.

한국의 노동시장이 개혁대상인 것은 분명하다. 정규직 비정규직 문제부터, 지나친 노동시간 규제, 해고의 경직성까지 숱한 문제를 안고 있다. 노동개혁이 필요한 마당에 이걸 주고 저걸 받는 식의 정치적 거래는 절대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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