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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급증하는 기업 처벌 법안 신중해야

기업들은 ‘좌불안석’이다. 코로나19에 따른 실물경제 위축으로 심각한 기업활동 저하가 우려되지만 최근 기업 관련한 규제법안들이 줄줄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환경노동위원회에 회부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 법률안이 국회 심사를 앞두고 있고, 28일에는 법무부가 증권 분야에 국한하던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모든 분야로 확대하는 입법안을 예고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건설기업은 중대 재해사고에 대해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건설안전특별법’제정도 논의되고 있다. 5월 ‘산업안전보건법’의 처벌을 대폭 강화한 데 이어 사업자 처벌을 담은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 등 각종 안전사고에 대한 처벌을 담은 정부와 국회의원들의 법안들이 지속적으로 제출되고 있다.

이천 화재사고, 평택 아파트 사망사고 등 사건 사고들이 계속됨에 따라서 기업과 대표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률안의 제·개정이 줄을 잇고 있다. 처벌 강화를 통해 기업이나 공장·현장 책임자의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산업 현장의 안전 조처를 강화하는 노력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또한 인재(人災)로 인해 귀중한 인명을 앗아가는 대형 사고는 반드시 근절돼야 하고, 기업이 도덕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였다면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

문제는 사건 사고가 있을 때마다 강력한 처벌을 골자로 하는 법률 제·개정 논의가 반복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가 있을 때마다 기업에 대한 처벌 수위는 올라갔었다. 이 같은 일들이 반복되다 보니 이젠 사고가 있을 때마다 번번이 ‘이번엔 또 어떤 처벌이 생겨날까’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보다 근본적이고, 지속 가능한 산업 안전대책 마련의 목소리가 함께 나오지만 실제로 이는 뒷전이다. 일단 처벌과 통제부터 관리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는 논리에 밀려 후순위로 밀리고 이는 반복적인 사고를 낳는다.

일하는 방식, 일하는 사람들의 생각, 더 나아가 경영자의 사회적 책임과 기업가 정신에서 출발할 필요가 있다. 이는 정부, 기업 그리고 근로자 모두의 참여를 전제로 한다. 이를 위해선 통제와 처벌도 중요하지만 참여를 유인하는 ‘포지티브(Positive) 방식’의 다양한 접근을 함께 요구한다.

이와 함께 최근 법률안의 또 다른 문제점은 기업의 경영활동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소송 부담과 함께 기업에 심각한 경영상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지금도 기업의 부당한 행위에 대해 과징금, 영업 정지 등 행정 제재와 형사 처벌이 과도할 정도로 존재하는 가운데 민사상의 각종 소송에 따른 비용과 시간을 감내하게 한다면 사실상 기업에는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다.

그 예로 건설산업의 경우 아파트 하자 소송이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 하자 담보 책임 기간이 10년이나 되는 아파트 특성상 늘 하자 소송의 위험에 노출돼 있고, 중소 규모의 법률회사를 중심으로 입주자대표회의와 연계한 하자 기획 소송의 우려도 있다.

또한 가뜩이나 코로나 19로 인해 기업의 내·외부 경영 여건이 하루가 다르게 악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기습적으로 법률안들이 통과되는 것도 문제다. 이 시점에서 굳이 쏟아내듯 추진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최근 기업들은 ‘우리를 어디까지 내몰려고 하는가’라고 정부와 국회에 묻는다. ‘상법’과 ‘공정거래법’ ‘금융그룹 통합감독법’ 개정안 등 ‘기업규제 3법’과 징벌적 손해배상제, 집단소송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최근 쏟아지는 기업 규제 관련 법률들을 볼 때 이런 말들을 기업의 볼멘소리라고만 치부하기에는 최근 쏟아지는 규제 법률안들은 과하다.

기업을 잠재적인 범법자로 인식하는 관행이 없어지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산업경쟁력 확보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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