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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 유엔 연설서 한·미 거명 안 해…대신 코로나19 방역 태세 강조
2년째 연설 김성 대사, 북미관계 언급 안해 온도차…미 대선 관망하는듯
코로나 관련 "사소한 행위도 불허"…서해 공무원 사살사건 우회적 변명 분석도
김성 유엔 주재 북한 대사. [연합]

[헤럴드경제] 북한이 유엔 총회 무대에서 예상과 달리 미국과 한국을 직접적으로 향한 별다른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간접적인 비판이 없지는 않았으나 예년 수위에는 미치지 못했다. 대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사태와 관련한 자신들의 방역조치를 부각하며 방어적인 대응 태세를 강조하기도 했다.

75차 유엔 총회에서 일반토의 마지막 날인 29일(현지시간) 김성 유엔주재 대사가 현장 연설했다. 대부분의 다른 나라들은 정상들이 사전 녹화 영상 연설을 보냈다.

미국 대선이 한달 앞으로 다가온 데다 서해 공무원 총격 피살 사건 직후라 북한이 이와 관련해 어떤 언급을 내놓을지 주목됐다. 그러나 김 대사는 10분간의 연설에서 현안은 물론 한국과 미국의 이름을 아예 입에 담지 않았다.

김 대사는 “스텔스 전투기를 비롯한 첨단 무장 장비들이 조선반도에 끊임없이 투입되고, 각종 핵타격 수단들이 우리를 직접 겨냥하고 있는 것이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오늘의 현실”이라면서도 그 주체를 거론해 책임론을 부각하진 않았다.

지난해 김 대사가 같은 연설에서 “세상 사람들 앞에서는 평화의 악수를 연출하고 돌아앉아서는 우리를 겨냥한 최신 공격형 무기 반입과 미국과의 합동 군사 연습을 강행하고 있다”며 ‘남조선 당국의 이중적 행태’라고 비난했던 것과 온도차가 느껴지는 모습이다.

김 대사는 당시 미국을 향해서도 “조미 관계가 좀처럼 전진하지 못하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이 시대착오적인 대조선 적대시 정책에 매달리면서 정치·군사적 도발 행위들을 일삼고 있는데 기인한다”며 정면 비판했으나 올해는 북미관계 언급을 아예 생략했다.

이는 북미·남북 관계가 교착 국면에서 그동안 북미 정상간 ‘톱다운’ 방식의 외교를 이끌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이 확실치 않은 상황과 관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일단 관망적인 태도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날 김 대사는 “오직 전쟁 그 자체를 억제할 수 있는 절대적 힘을 가질 때에만 진정한 평화가 수호될 수 있다”며 ‘자력갱생’을 여러 차례 발언하며 미국의 대통령이 누가 되든 협상에만 매달리지 않겠다는 의사를 강조했다.

김 대사는 특히 “경제건설에 유리한 대외적 환경이 절실히 필요하지만 화려한 변신을 바라며 목숨처럼 지켜온 존엄을 팔 수 없다”고도 힘주어 말했다.

게다가 김 대사는 “어느 한 개별적인 나라가 자기 의사를 일방적으로 국제 정세를 좌지우지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며 미국을 겨냥해 간접 비판했다.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쿠바, 시리아, 팔레스타인, 베네수엘라를 응원한 것도 이런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한국 정부와 관련해서는 “우리 면전에서 온갖 형태의 반공화국 적대 행위들이 그치지 않고 있다”는 정도의 두루뭉술한 표현 외엔 이렇다 할 언급이 없어 서해에서 발생한 북한의 우리 공무원 사살 사건을 두고 발언 수위를 조절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김 대사가 연설에서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강조하면서 “우리 공화국 정부는 전염병 유입 위험성이 완전히 소실될 때까지 사소한 행위나 양보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대목이 서해 사살 사건에 대한 우회적 변명 차원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번 총회는 정상 또는 외교장관의 원격 영상 연설이 가능했는데도 북한이 작년과 마찬가지로 유엔대사로 연설자 수위를 낮춘 것 또한 상황을 관망하며 ‘로우키 모드’를 선택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heral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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