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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G-SK 세기의 배터리 소송-①]왜 싸우냐고? 영업비밀 빼가기
LG화학 “100명 이직 핵심기술 탈취 심각”
SK이노 “자발적 이직 기술유출 근거 없어”
1년 넘게 韓·美 넘나드는 법적다툼 격화

[헤경DB]

[헤럴드경제 천예선 기자] LG화학(이하 LG)과 SK이노베이션(이하 SK)의 배터리 소송전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양사는 이달 격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입장문을 내놓으며 장외 비방전을 벌였다.

LG와 SK가 다투는 가장 큰 이유는 영업비밀 침해 때문이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자사 인력 100여명을 빼가 핵심기술을 탈취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자발적 이직이었으며 LG와 기술개발 및 생산방식이 달라 기술유출 근거가 없다고 반박한다. 영업비밀 침해 소송은 나중에 특허 침해 소송으로까지 비화한다.

두 회사의 법적다툼이 ‘세기의 배터리 소송’으로 불리는 이유는 LG화학이 요구하는 합의금이 수조원대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LG화학이 배터리 사업에서 흑자전환을 달성한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1555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10배가 넘는 규모다.

LG화학은 전기차용 배터리(2차전지) 시장 세계 1위 업체다. 올 1~7월 기준 시장 점유율은 25.1%다. SK이노베이션은 후발업체로 4.1% 점유율로 6위를 기록 중이다. ‘제2 반도체’로 불리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 주도권 경쟁이 LG와 SK의 소송전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LG와 SK 소송전의 발단은 이렇다.

LG화학은 작년 4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수조원대 합의금 논란이 일고 있는 바로 그 소송이다. 델라웨어는 SK이노베이션의 전지사업 미국 법인이 위치한 곳이다.

물론 전조는 있었다.

LG화학은 2017년부터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한 전직 직원의 기술 유출 가능성을 심각하게 우려했다. 같은 해 10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에 내용증명 공문을 발송해 영업비밀, 기술정보 등의 유출 가능성이 높은 인력에 대한 채용절차를 중단해줄 것을 요청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어 12월엔 대전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한 직원 5명을 대상으로 전직금지 및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1월 영업비밀 유출 우려와 양사의 기술 역량 격차 등을 인정하며 ‘2년 전직금지 결정’을 내렸다.

LG화학은 그러나 지난해 4월 다시 SK이노베이션에 ‘전지 핵심 인력 채용 관련 협조 요청의 건’ 공문을 보냈다. SK이노베이션이 불법적인 채용 행태를 이어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다 같은 달 미 ITC와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제소하기에 이른다.

SK이노베이션은 맞고소로 반격에 나섰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9월 LG화학을 상대로 미국 ITC와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에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여기서 ‘특허’가 처음 등장한다. 미국 소송전이 영업비밀 침해에서 특허로 확전한 발단이다.

SK이노베이션은 당시 “영업비밀 침해 건과 무관하게 핵심기술과 지적재산을 보호받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LG화학 역시 같은 달 SK이노베이션을 특허 침해로 맞고소했다.

전장은 한국에서도 이어졌다.

LG화학은 작년 5월 SK이노베이션을 산업기술보호법과 부정경쟁방지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소했다. 이어 지난 6월엔 사실관계를 신속하게 규명해달라는 차원에서 검찰에도 고소 조치했다.

그러자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6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와 함께 영업비밀 침해가 없었다는 내용의 채무부존재 확인(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영업비밀 침해행위가 없음을 확인하는 절차) 청구 소장을 접수했다.

그로부터 넉 달 후 10월엔 서울중앙지법에 LG화학을 상대로 소 취하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LG화학이 한 달 전 ITC에 제출한 특허 침해 소송 대상에 '2014년 양사의 합의'에 위배되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다 양사의 법적 공방은 올해 2월 변곡점을 맞았다.

미 ITC가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 소송 예비판결에서 SK이노에 ‘조기패소’를 판결하면서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한 달 후 ITC에 예비판결 대한 재검토를 요청했고, ITC는 지난 4월 “전면 재검토한다(Review in its entirety)”고 밝히며 또 한번의 반전이 일어났다.

LG화학은 “ITC가 전면 재검토에 들어간 것은 통상적인 절차”라며 “영업비밀 침해는 중대한 범죄로 ITC의 조기 판결이 뒤집힌 적 없고, 미국 대통령이 ITC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명분도 없다”고 자사의 승리를 점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ITC의 전면 재검토는 이례적”이라며 “LG화학은 구체적으로 무엇이 영업비밀인지, 기술침해가 어느 정도 있었는지, 있었다면 어떤 손실을 입혔는지 먼저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번 소송의 최종판결은 오는 10월 26일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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