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얘들아, 이번 한가위엔 전 부치지 말고 용돈 부쳐다오”[추석, 또다른 풍경]
코로나19로 잔소리도 이젠 ‘추억’
교민 활용했던 ‘화상차례’ 보편화
일부 ‘추캉스’ 움직임은 반발 사기도
최근 국무조정실이 제작한 추석 연휴 이동 자제를 촉구하는 ‘이번 추석엔 총리를 파세요’라는 제목의 게시물. 정세균 국무총리의 캐릭터가 들어 있다. [국무조정실 홈페이지 캡처]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부모: “얘들아, 정 총리가 내려오지 말라더구나. 이번 추석엔 전 부치지 말고 용돈을 두 배로 부쳐다오!” 자녀: “정 총리가 그랬어요. 이번 추석엔 고향 안 가는게 효도래요.”(국무조정실 홈페이지 게시물 ‘이번 추석엔 총리를 파세요’ 중)

그때만 해도 아무도 몰랐다. 올해 설 연휴에 직후 번지기 시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추석까지 이어질지는…. 코로나19 사태가 연중 지속되면서, 이번 추석에는 연초 설과 판이한 풍경이 예상되고 있다.

해외에 머무는 가족들이 종종 활용했던 ‘화상 차례’는 초유의 ‘비대면 추석’을 통해 보편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양모(42)씨는 “해외나 서울에서 지방 집과 연결해 화상 세배를 지낸다길래 웃어넘겼는데, 올해는 화상 차례가 최선인 것 같다”고 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안전안내문자와 홈페이지를 통해 ‘영상통화·온라인으로 차례 드리기’, ‘명절 음식 레시피 나누기’ 등을 소개하고 있다. 각 통신사는 물론 카카오톡, 라인, 미더스(영상통화 서비스) 등을 일일이 언급해 방법을 소개할 정도로 구체적이다.

설에 돌았던 ‘대학은 어디로 가니→50만원’, ‘살 좀 빼야 인물 살겠다→100만원’ 등의 내용을 담은 ‘잔소리 메뉴판’도 이번 추석에는 추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박모(35)씨는 “명절에 가족끼리 모일 때마다 ‘결혼 안부’를 물어 그리 반기지는 않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코로나19라는 ‘불가항력적 이유’로 모이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슬프다”고 토로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김모(29) 씨는 “코로나19가 뜻밖의 ‘잔소리 컨트롤러’가 됐다”며 “올해는 그야말로 돈이 효도하겠다”고 했다.

반면 코로나19를 둘러싼 가족 간 걱정은 심화되고 있다. 대구 서구에 사는 김모(68)씨는 “서울에 사는 딸이 전화로 ‘코로나19를 조심하라’거나, 관련 우울증은 없는지 안부를 묻는 횟수가 점점 늘고 있다”며 “물리적으로 만나기 힘들어지니 더 걱정이 되는 모양”이라고 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추석이면 대목이었던 학원가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300인 이상 대규모 학원이 셧다운 상태인 가운데, 소규모 학원도 연휴 내내 대부분 문을 닫고 일부 고3 특강만 진행하는 모양새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고교생 김모(16)군은 “학교는 못 가고 학원은 나가는 데 대해 말이 많았는데, 이번 추석엔 비로소 완벽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능할 듯하다”고 했다.

다만 거리두기에 대한 피로감이 고조되면서 일부에서 불고 있는 ‘추캉스’(추석+바캉스) 움직임은 반발을 사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추석 연휴 제주도 여행을 금지해 달라’, ‘추석 연휴에 거리두기 3단계를 활용하자’, ‘추석 연휴 지역 간 이동을 제한해 달라’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실제 정부는 다가오는 추석 연휴를 거치며 수도권의 확산세가 전국적으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국립보건연구원장)은 “수도권 위험도가 더 높은 상황이기에 다가오는 추석 연휴를 더욱 우려하고 있다”며 “지금은 용수철처럼 튀어 오를 수 있는 대규모 유행을 거리두기로 억제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밝혔다.

youknow@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