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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경제위기 속 ‘한국 무역號’에 거는 기대

2020년은 향후 세계 경제사에서 감염병으로 초래된 최초의 글로벌 경제위기라는 점에서 흥미로운 연구대상이 될 것이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경제위기는 경제 스스로가 위기의 단초를 제공하고 국가 간의 공조를 통해 마무리됐다. 그러나 현재의 위기는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어느 때보다도 협력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서로 문을 걸어 잠그면서 국제회의를 통한 해결책 모색이나 G7과 같은 국제적 연대도 찾아보기 힘들다.

코로나19와 공존하는 시대의 경제위기 탈출전략은 무엇일까? 최근 우리 경제 금융과 실물 두 부문에서 동시에 들려온 낭보가 그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대규모 외국환평형기금 채권(이하 외평채)의 성공적 발행과 플러스로 돌아선 9월 수출이 그 주인공이다.

최근 정부는 15억달러 규모의 외평채를 발행했는데 사상 최저금리라는 기록을 세웠다. 특히 이 중 7억유로 규모의 채권은 현지 시장에서 마이너스 금리로 발행했다. 유럽 밖 나라가 발행한 유로화 국채로는 최초의 마이너스 금리다. 코로나19로 모두 잔뜩 움츠리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 제고는 물론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한 해외투자자의 신뢰를 확인한 대목으로 풀이된다. 더 나아가 국내기업과 금융기관의 해외채권 발행금리도 함께 하락하며 금융비용 절감을 통한 대외경쟁력 제고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다.

우리는 무역이 곧 경제위기의 구원투수라는 공식에 익숙하다. 두 번의 석유파동 때 중화학공업의 수출산업화와 중동 건설투자 확대로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켰고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에는 무역흑자가 외환보유고 확보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는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및 신흥국으로의 수출 확대 전략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신속한 경제 회복을 이뤄냈다.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에서도 우리 수출은 지난 6월부터 물량기준으로 지난해 수준을 거의 회복했고 이번 달에는 금액으로도 전년 대비 증가세로 전환되고 있다. 이처럼 빠른 회복세의 배경으로는 사람들 간의 대면 접촉이 제한됨에 따라 수요가 가전과 IT기기 등으로 몰리면서 우리의 제조업 중심 산업구조가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본격적인 디지털 시대의 개막이 10년은 앞당겨졌다고 평가되는 가운데 그 기반이 되는 5세대 이동통신(5G) 장비와 반도체가 수출 전선에서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IMF 위기 때 무역인은 ‘독립투사’로 일컬어지기도 했다. 외화를 벌어 경제적 독립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 같은 경제 위기에서도 외평채의 성공적 발행과 수출의 빠른 회복세는 우리 경제에 큰 힘이 될 것이다.

더불어 기업인의 숨통을 트이게 한 또 다른 뉴스가 찾아왔다. ‘기업인 출입국 종합지원센터’가 무역센터에 문을 열어 비교적 간단한 절차를 통해 해외 바이어를 만나 비대면의 한계를 극복하게 됐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힘겨워하는 상황에서 우리 무역과 금융, 그리고 정부가 힘을 모아 K-방역이라는 명성 위에 경제회복이라는 모범 답안을 전 세계에 제시하는 그날이 빨리 오길 기대한다.

한진현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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