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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일한의 住土피아] “주택 매매심리 진정되고 있다” 정부 주장에 현장에선 ‘시큰둥’

“주택시장 가격에 선행하는 매매심리의 진정 흐름이 최근 나타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7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 장관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감정원 주간아파트가격동향 조사의 ‘매매 수급동향지수’(이하 수급지수)가 102.9(9월 둘째 주 기준)라는 게 근거다. 이 지수는 감정원 소속 조사원이 중개업소를 통해 집을 사려는 매수 희망자(수요)가 많은지 팔려고 내놓은 집(공급)이 많은지 조사해 작성한다. 0~200 범위로 100이면 수요와 공급이 같다는 의미고, 100을 넘을수록 수요가 더 크다는 뜻이다. 이 지수는 지난 7월 둘째 주(13일 기준) 113.1까지 올라갔다가 최근 계속 낮아지고 있다.

홍 부총리는 “수급지수가 균형치인 100에 점차 근접하고 있다”며 ‘주택 가격에 선행하는 지수’로 판단해 집값 하락을 시시했다.

기본적으로 수급지수를 통해 매매심리가 진정되고 있다고 판단하는 정부의 시각에 문제가 있다. 수급지수는 문 정부 출범 이후 전체 175주 중 절반이 넘는 90주가 100 밑이었다.

홍 부총리가 근거로 삼은 한국감정원 주간아파트가격동향 조사의 수급지수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2017년 8월 둘째 주부터 그해 11월 둘째 주까지 13주, 2018년 3월 마지막 주에서 8월 첫째 주까지 20주, 2018년 11월 둘째 주부터 2019년 10월 첫째 주까지 48주, 올해 들어서도 4월 첫째 주부터 6월 첫째 주까지 9주간 100 밑을 기록했다. 2018년 3월엔 71.6(둘째 주, 넷째 주)까지 떨어진 적도 있다.

정부가 각종 규제책만 발표하면 매수세는 숨어 들어갔고, 거래가 급감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2017년 8·2대책, 2018년 9·13대책, 2019년 12·16대책, 2020년 6·17대책 등 강력한 규제 대책 이후엔 늘 수급지수는 하락했다.

오히려 최근엔 이 정도 막강한 대책이 나왔는데 아직도 100 이상을 유지하는 게 이상하다고 할 정도다. 매수세가 줄긴 했지만, 집을 팔려고 내놓는 매물도 그만큼 없다는 이야기다.

수급지수가 하락하고 있다고, 심지어 100 밑으로 떨어졌다고, 집값이 하락할 것으로 기대하는 건 오산이란 이야기다. 문재인 정부 내내 목격한 그대로다.

홍 부총리는 같은 자료에서 전세수급지수가 117.6까지 치솟은 데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작년 10월 마지막 주부터 이달 둘째 주까지 47주간 100 이상을 기록하면서 올해 내내 매수세가 매도세를 압도하는 상황에 대한 심각성에 대해선 눈을 감았다. 그저 “전세가격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정리한 게 전부다.

수급지수는 현상의 껍질만 보여줄 뿐이다. 매수세가 왜 사라졌는지, 진짜 사라진 건지 잠시 숨어 들어간 건지 설명하지 못한다.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많은데, 규제 때문에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있을 수 있다.

홍 부총리는 한국감정원 자료를 인용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4주 연속 0.01%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가 사실상 멈췄다”고 했다.

같은 기간 중개업자들이 판단이 더 많이 반영되는 KB국민은행 조사로는 매주 0.35~0.44% 범위에서 높은 상승폭을 유지했다. 주간 상승폭이 0.35%만 돼도 연간 기준 20% 이상 폭등하는 수준이다.

KB국민은행이 작성하는 서울 ‘KB부동산매매가격전망지수’는 8월 기준 118.1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월간 평균 104.8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이 역시 0~200 범위에서 100보다 높으면 집값이 오를 것이란 중개업자가 떨어질 것으로 보는 관계자보다 많다는 뜻이다.

중개업자들이 매수세가 위축됐는데도 집값이 계속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는 건 시사점이 많다. 매수세를 정부가 억지로 누르고 있지만, 언제든 살아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매매심리가 진정되고 있다는 정부의 판단은 아무리 봐도 아직 섣부르다.

건설부동산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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