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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공익에만 매몰된 '공공배달앱'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공공배달앱을 만든 목적은 높은 수수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잖아요. 시민들도 그런 의도에 공감을 하고 있고..."

얼마 전 공공배달앱 관련 취재 중 한 지자체 관계자가 전한 말이다. 그는 통화 내내 소상공인을 살려야 한다며 공공배달앱의 공익성을 강조했다. 공공배달앱은 소상공인을 위해 탄생했고, 시민들은 이를 위해 공공배달앱을 사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공공'이란 타이틀을 달고 나온 만큼 공익성은 공공배달앱이 추구하는 주요 가치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공공배달앱 스스로가 이 공익성에 발목을 잡혀 있다는 점이다.

현재 출시된 공공배달앱은 군산의 '배달의명수', 인천의 '사랑e이음', 서울시의 '제로배달 유니온'이다. 이 앱 중 어떤 것도 가격, 배달, 가맹점 수 등에서 기존 민간 배달앱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제로배달 유니온만 보더라도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프로모션 예산은 전무하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은 막대한 예산을 투자해 할인쿠폰 등 프로모션에 힘주고 있다. 또한, 더 많은 배달 라이더를 수급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배달비를 인상했다. 반면 공공배달앱은 이러한 치열한 경쟁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일부 가맹점들은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경쟁업체에 비해 더 많은 배달비를 요구하기도 했다. 한 음식점은 배달의민족에서는 배달비 2000원을 받고 있었지만, 공공배달앱에서는 같은 거리임에도 3000원을 받고 있었다.

지자체는 공공배달앱에서만 쓸 수 있는 '지역화폐'를 소비자 혜택으로 내세우고 있다. 액면가 대비 최대 10% 싸게 구입이 가능한 지역화폐를 사용하면 음식할인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배달업계는 할인비용을 세금으로 보전하는 만큼 결국은 조삼모사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최근 배달의민족이 지역화폐를 쓰게 해달라고 서울시에 요구했지만, 서울시는 수수료를 2% 이하로 인하하지 않으면 불가하다고 거절했다. 현재 배달의민족 가맹업체 수수료는 6.8%다. 시장 논리를 뛰어넘는 요구에 결국 양측 협상은 결렬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자체 내부에서도 이런 문제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일 열린 경기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의에서 일부 의원들은 "공공 배달앱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기존의 공공배달앱이 실패로 돌아가고 있다"고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

통계만 봐도 소비자는 공익이 아닌 자신에게 더 많은 이익을 주는 쪽으로 움직였다. 대표적인 공공배달앱인 '배달의명수'의 월간 활성 이용자(MAU·안드로이드 기준)는 4월 6만 8000명에서 8월 2만 6000명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같은 기간 쿠팡이츠의 MAU는 35만명에서 74만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공공배달앱도 민간업체가 벌이고 있는 치열한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 공익만으로는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 합리적인 음식값, 편리한 배달 없이 공공배달앱을 내세우는 것은 소비자에게 떼쓰는 것에 불과하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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