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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석유 제국’ 미국을 더 이상 두려워 않는 ‘전기 제국’ 중국
1위 산유국 미국의 탈중동…최대 피해자는
전기 비중 ↑·광물 자원 확보…中 ‘신전략’은 ing 중국
中 없이 글로벌 전기·신재생 에너지 못 돌아가
[123rf]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세계 5대 산유국이지만, 압도적인 세계 1위 석유 수입국인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산업 구조 변화와 갈수록 격화되는 미·중 갈등 구도를 에너지 자립을 위한 계기로 활용하고 있다.

필요한 석유 75%를 주요 산유국인 중동 지방에서 수입할 수 밖에 없는 중국이 지정학적 한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한 전기 생산량 증대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래 에너지원을 생산·저장하는 데 필수적인 광물 자원을 무기로 중국의 에너지 자립 꿈은 날이 갈 수록 구체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1위 산유국 미국의 탈중동…최대 피해자는 중국

‘셰일 혁명’으로 일약 세계 최대 산유국 자리에 올라선 미국은 아킬레스건이던 중동 콤플렉스에서 벗어났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시리아·이라크 등에서 철군을 감행한 것도 에너지 자립이 낳은 자신감의 발로다.

더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이제 에너지 독립뿐 아니라 에너지 지배(energy dominance)를 추구한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미국 중동 정책의 변화를 세계 질서까지 바꿔놓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29일 텍사스주 미들랜드의 석유 굴착 현장인 ‘더블 이글 에너지(Double Eagle Energy)’의 유정(油井)을 방문해 연설하는 모습. [AP]

미국 지정학 전략가 피터 자이한은 저서 ‘셰일 혁명과 미국 없는 세계’에서 “에너지 수입이 필요 없게 된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온갖 일을 다 처리해주는 수퍼 파워 역할을 포기할 것”이라며 “세계 각국은 각자도생해야 하는 유례없는 무질서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동 정세 불안의 최대 피해자는 바로 중국이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은 호르무즈해협이 테러나 이란의 봉쇄 등으로 막히게 되면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중국 스스로도 미·중 갈등이 격화될 수록 ‘말라카 딜레마’를 가장 경계해왔다.

대만이나 남중국해 문제로 미·중 대결이 본격화될 경우, 미 해군이 싱가포르를 지나 남중국해로 이르는 말라카 해협을 막아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원유수송을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원유 보급선을 막아 중국 경제와 군사력의 목을 죌 수 있는 만큼 수입 석유 의존도를 줄이는 것은 거대한 전략적 승리다.

전기 비중 ↑·광물 자원 확보…中 ‘신전략’은 ing

중국은 이미 석유 에너지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전기 에너지로 전환하는 ‘신전략’을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국내 조달 가능한 석탄을 활용한 발전 용량이 이미 1000GW(기가와트)에 이른다. 이는 세계 석탄화력발전량의 49%에 이른다.

중국의 신전략은 석유에서 석탄으로 주요 화석연료를 전환하는데만 그치지 않는다.

중국의 수력 발전 용량은 세계 1위 수준인 356GW로, 2~5위 국가 수력 발전량 전체를 더한 것보다 많은 수준이다.

여기에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한 결과, 평균 연한 10년 이하의 원자로만 48개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더 많은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통해 전체 전력량 대비 5% 미만을 차지하고 있는 원자력 발전의 비중을 2050년까지 15%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특히, 중국이 집중하고 있는 에너지원은 신재생 에너지인 풍력과 태양열이다. 현재 중국의 풍력·태양열 발전량은 중국 석탄 발전량의 절반 수준인 445GW 수준까지 늘어났다.

권위주의 정부의 지시에 따른 중국 특유의 국가 주도적 사업 방식은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신재생 에너지 사업 발전에 유리한 측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글로벌 광물시장 조사업체 벤치마크 미네랄(Benchmark Minerals)의 앤디 레이랜드는 “신재생 에너지 개발을 위해 필요한 광물 자원들은 예산 초과가 빈번하고 정세가 불안정한 지역에 위치해 서구 투자자들에게는 매력적이지 않다”며 “중국 기업들이 이들의 공백을 메우는 데 일조했다”고 분석했다.

에너지 시장조사업체 블룸버그NEF는 중국이 다른 나라보다 2배 이상 많은 리튬과 8배 이상 많은 코발트를 정제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中 없이 글로벌 전기·신재생 에너지 못 돌아가

그동안 이어진 변화의 결과 중국은 이제 전기 에너지 및 신재생 에너지 부문에선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미국과 유럽, 호주의 정치인들은 에너지뿐만 아니라 안보에 필수적인 광물들에 대한 중국의 통제 강화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마이크 멀린 전 미국 합참의장은 “미국과 서방 세계엔 매우 중요한 전략적 문제”라며 “중국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기후변화에 대처하기위해 화석 연료에 의존하던 산업 구조를 신재생 에너지 중심으로 변화시키려는 세계 각국은 현재로선 중국의 영향력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전 세계 태양광 모듈의 70% 이상과 풍력 발전기 50% 이상을 중국이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장쑤성의 한 태양광 패널 공장에서 노동자가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

여기에다 중국은 전 세계 리튬이온전지 셀 공급량의 77%, 모듈 생산의 60%를 점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하기도 했다.

심지어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 대한 중국의 과감한 투자 덕분에 나머지 국가들도 혜택을 보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10년간 태양 전지 패널과 배터리 가격이 85% 이상 떨어졌기 때문이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테슬라가 전기차 업계에서 성공의 상징으로 불리지만, 이 또한 중국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2030년까지 1990년 탄소 배출량의 55%를 줄이겠다는 유럽연합(EU)의 구상이 현실화되려면 당장 중국에서 더 많은 장비를 구입해야만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A)는 “중국의 에너지 관련 ‘인프라 외교’가 21세기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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