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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신용대출 규제…또 ‘말’ 보다 ‘주먹’인가

  • 기사입력 2020-09-17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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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금리를 올리라고 한 적 없는데요”

지난 15일 한 고위 금융 당국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의 얘기를 종합하면 이렇다. 지난 14일 금융당국은 시중은행 여신담당자들과 화상 협의를 했는데, 이 자리에서 당국은 신용대출 급증 상황이 우려스럽다는 의견을 표했고, 대출 총량 계획을 제출해 달라는 요청만을 금융사들에 했다는 설명이었다. 핵심 주장은 대출 금리를 높이라는 얘기를 당국이 한 적은 없다는 얘기다. 그의 말대로 당국이 대출금리를 높이라 또는 내리라 얘기했다간 난리가 날 일이다.

길게는 30년 가까이 은행에서 잔뼈가 굵은 은행 여신 담당자들은 안다. 신용 대출 총량을 줄이라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말이다. 대출은 상품이다. 가격이 비싸면 덜팔리고 가격이 낮으면 잘 팔린다. 상품 판매를 줄이라는 요구가 왔다면 이는 가격을 높이란 얘기다. 고위 당국자의 말대로 지난 14일 금융당국은 ‘금리를 높이라’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 대신에 연간 목표치를 보겠다고 했다. 은행권에선 금융당국이 뻔한 말을 어렵게 한다고 했다. 15일 은행권은 우대금리부터 손을 대기 시작했다.

이미 신용대출 금리가 인위적으로 조정되는 분위기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자는 ‘14일 회동’ 직후 기자에게 “우대금리 폭을 조정해 신용대출 금리를 올리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 규모가 큰 고신용등급자에 한해 금리를 조정하는 모양새지만, 당국이 원하는 효과를 보려면 전체적인 금리 조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 현재 최고신용인 1~2등급과 3~4등급의 신용대출금리 차는 100bp 수준이다. 1~2등급 신용대출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리면 등급간 금리 역전이라는 기현상이 우려된다. 반면 1%대 저금리에서 금리를 찔끔 올렸다고 대출을 받으려했던 사람이 발길을 돌릴지 의문이다.

은행들이 당장 금리를 인위적으로 조정하지 않아도 당국의 방침에 따라 대출총량을 줄이면 금리는 자연스럽게 오른다. 가격을 결정하는 수요와 공급 법칙은 돈의 가격인 금리에도 마찬가지다.

은행들은 연초에 세운 신용대출 목표치를 하향 수정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조정된 목표치는 일선 영업점에 하달된다. 영업점은 회사 방침에 맞춰 기존에 운영했던 대출자금 규모를 줄여야 한다. 하지만 영업점은 수익성을 생각한다. 당장 직원들의 핵심성과지표(KPI)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운영자금은 줄었지만 적어도 과거 수익은 맞춰야 한다. 이자를 높여 마진을 조금 더 남길 수밖에 없다.

금리는 여전히 사상 최저 수준이고, 생활자금이 급하거나 투자금이 필요할 수 있다. 비용을 조금 더 치루더라도 돈을 빌리려는 사람은 많다. 공급이 줄고 수요는 여전하니 가격은 오른다.

이번 금리 인상은 신규 대출을 줄이기 위한 과정이다. 기존 대출자와는 무관하다는 변명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당국도 은행도 ‘눈 가리고 아웅’인 줄 알 테다. 고정금리든 변동금리든 신용대출은 금리조정 주기가 있다. 사실상 혼합형인 고정금리는 보통 5년이고, 변동금리는 6개월에서 1년이다. 금리변동 주기가 임박한 대출자들은 이자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신용대출을 잡아야 한다는 절박함에는 부동산 시장을 잡아야 한다는 초조함이 배어난다. 급증하는 신용대출이 부동산 거품을 부추기고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가격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당국의 초조함에 이해는 가지만, 신용대출을 받았다고 투기꾼은 아니다.

n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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