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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연예톡톡]‘브람스’ 송아와 준영의 감정선을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돌담길 걸을때 손 안잡는게 더 심쿵했다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SBS 월화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극본 류보리 연출 조영민)가 웰메이드 감성 드라마로 호평받고 있다. 주인공 박은빈과 김민재의 이야기도 좋고, 여기에 녹아든 클래식 음악도 좋다. 음악이 드라마에 단순 삽입된 게 아니라, 스토리에 접목되어 드라마의 특별한 감성을 만들고 있다. 매회 음악 용어가 회별 제목으로 등장해, 내용과 연결돼 있다. 가령, 15일 방송된 6회는 ‘라프레난도 : 속도를 억제하면서’라는 부제로 꾸며졌다.

음악대학 등 클래식 음악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매우 세세하다. 정년퇴직을 앞둔 서령대 바이올린 전공 송정희 교수(길해연 분)가 챔버 오케스트라를 운영하는 이유에 대해 경후문화재단 박성재 과장(최대훈 분)이 자세히 설명한다거나, 이수경(백지원 분) 교수가 송아에게 자신과 함께 대학원에서 2년 더 악기를 해보자는 제안을 하는 등 '빅 픽쳐'까지 포함하는 이야기는 이 분야 사람이 아니면 알기 어렵다.

대본을 쓰고 있는 류보리 작가는 서울대 음대(바이올린 전공) 출신에 경영학을 복수전공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클래식 음악학도들의 심리를 그 누구보다도 잘 알 것 같다.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바이올린을 하려고 뒤늦게 음대 4학년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는 주인공 박은빈(채송아 역)은 작가 자신이 이야기를 펼치기에 좋은 캐릭터로 보인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스물아홉 경계에 선 클래식 음악 학도들의 아슬아슬 흔들리는 꿈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절친한 동료였던 슈만의 아내 클라라를 오랫동안 짝사랑한 음악가 브람스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해, 흥미를 자극하고 있다. 극중 인물들의 사랑은 점점 이러한 브람스-슈만-클라라의 관계를 떠오르게 한다.

박은빈과 김민재를 둘러싼 3각X3각 러브라인이 로맨스 텐션을 형성하고 있다. 김민재(박준영 역)-김성철(한현호 역)-박지현(이정경 역)과 박은빈-이유진(윤동윤 역)-배다빈(강민성 역)의 사랑과 우정 사이가 세세하게 그려지고 있다. 여기서는 악녀는 없다. 다만 러브라인의 긴장감과 흡인력 있는 감정선이 시청자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그런 가운데, 박은빈이 김민재 앞에서 눈물과 함께 좋아한다고 고백했다. 사실 송아는 준영의 상황을 몰라 오해가 쌓였다. 힘든 일이 있는 듯한데 털어놓지 않는 박준영이 서운했고, 준영이 짝사랑했던 이정경이 계속 신경이 쓰였다.

앞서 이정경은 자신과 박준영 사이에 끼어들지 말라며 채송아에게 말했다. 채송아는 박준영의 집 앞으로 찾아갔지만, 그곳에서 이정경을 발견하고 발길을 돌렸다.

송아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물었지만, “미안하다”고만 말하는 준영. 송아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도 안해주는 준영과 친구 하지 않기로 했다.

송아가 준영에게 원한 것은, “오늘 무슨 일이 있었다. 그래서 좋았다. 속상하다. 힘들다. 울고싶다”,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는, 그런 친구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막상 막상 준영을 보자 차마 어쩌지 못할 만큼 커져버린 감정을 더 이상 눌러 담을 수 없어 “좋아해요. 어쩌지 못할 만큼 아주 많이”라고 말해버린 것.

이렇게 세세한 감정선을 따라가는 과정이 시청자들을 빠져들게 하는 비결이다. 앞서 두 사람은 덕수궁 돌담길을 걷는다. 준영이 송아의 손을 잡으려고 하다가 잡지 않는다. 손을 잡는 것보다 더 ‘심쿵’해진다.

이런 감성을 더욱 깊게 만들어 준 것은 박은빈의 감성 연기였다. 박은빈은 억누르려 했지만, 박준영을 보자 차마 어쩌지 못하고 터져 나오는 감정을 그려내며 몰입도를 높였다. 박은빈은 눈물이 가득 고인 눈, 떨리는 손, 벅차오르는 감정 등으로 고백 엔딩을 완성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멜로퀸’, ‘감성퀸’으로서 재발견된 박은빈의 진가가 빛난 장면이었다. 뿐만 아니라, 채송아의 진심을 알게 된 김민재의 표정과 눈빛은, 두 남녀를 향한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수직 상승시키기에 더할 나위 없었다.

박은민과 김민재의 연기와 케미가 기대 이상으로 섬세하다. 박은빈은 바이올린을 향한 열정은 가득하지만 재능이 부족한 음대생 채송아 역으로, 김민재는 한국인 최초로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에 입상한, 가난한 유명 피아니스트 박준영 역으로 완벽 변신했다. 둘 다 아픔이 있다. 이들은 깊어진 감성 연기와 더할 나위 없는 케미로 극을 이끌어가고 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클래식 음악인들의 세계를 다루면서도, 꿈과 현실의 간극에 부딪혀본 이들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특히 음악세계에서는 노력과 재능 중 어떤 게 더 크게 작용하는지, 부와 연줄은 또 그 세계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까지, 인간세계에서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문제들을 그려내고 있다. 이제 시청자들은 송아와 준영의 감정선을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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