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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이 “베토벤도 그 당시엔 음악하는 연예인”
‘루드윅:베토벤 더 피아노’ 무대에
또 다른 모습 만날 수 있는 작품
“준비 없이 시작된 연예인의 삶
‘희노애락’ 굴곡 많은 가수 인생
늘 오늘이 마지막 무대라 생각
그저 흘러가는대로 노 저을뿐…”
한 시절을 풍미한 히트곡 ‘사랑은 향기를 남기고’로 화려하게 데뷔한 테이는 가수로, 뮤지컬 배우로, ‘햄버거 가게 사장’ 으로 자신의 역할을 바꿔가며 ‘흐르는 강물처럼’ 현재의 삶을 살고 있다. 그는 “물살을 거스르기 보단 흘러가는 대로 저어가고 싶다”며 자신의 삶을 돌아봤다. [과수원뮤지컬컴퍼니 제공]

“가슴 아파서, 목이 메여서, 안간힘을 써봐도…” 숨을 토해내며 시작하는 노래는 ‘시절 애창곡’이었다. 테이(37)의 음악이 거리마다 울려 퍼지던 때가 있었다. 20세기의 문화가 사라지고, ‘완벽한’ 21세기 문화권이 도래하던 때. 동방신기를 필두로 한 아이돌 그룹과 ‘소몰이 창법’을 유행시킨 SG워너비가 등장했고, ‘국민 남동생’ 이승기가 출사표를 던진 해. 테이도 화려하게 등장했고, 주목받았다. 얼결에 접어든 일이었다.

“준비 없이 시작한 일이었어요. 꿈이 연예인이고, 가수였다면 갑작스러운 데뷔도 신이 났을 거 같은데… 1년간 음악만 하다가 앨범을 냈는데, 덜컥 잘 돼 연예인이 됐어요.”

2004년 1월 발표한 ‘더 퍼스트 저니(The First Journey)’ 앨범의 타이틀곡 ‘사랑은 향기를 남기고’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문화 대통령’ 서태지를 꺾었고, ‘발라드 황태자’로 불렸다. 성공적인 데뷔였다. 예능에서의 ‘러브콜’도 이어졌다. ‘활약상’도 뛰어났지만 속사정은 달랐다. “예능 출연을 두고 소속사와 신경전도 벌였고, 방송국에 모질게 하기도 했어요.” 거친 톤으로 부르는 감미로운 노래, 예능도 할 줄 아는 발라드 가수. 그 무렵 대중이 원하는 ‘스타’였는지도 모른다. 그의 음색엔 “임재범 같기도 하고, 성시경 같기도 하다”는 평가도 따라왔다. “이걸 깨야 하는 건가, 따라가야 하는 건가 고민하던 때도 있었어요.”

한동안 ‘굴레’였던 것들은 이제 그의 곁에선 찾아보기 어려웠다. 아주 많은 일들을 겪어낸 사람처럼, 그래서 모든 것에 담담해진 사람처럼, 한 발 떨어져 자신의 삶을 마주했다.

“꺼내보면 굴곡이 많은 가수 생활이었어요.” 20대 초반에 데뷔해 30대 후반으로 넘어서기까지, 반짝거린 그의 인생 곳곳에 깊은 주름이 패였다. “힘든 일들을 겪고, 비슷한 일들을 반복하다 보니, 부둥켜 안고 빨리 이겨낼 수 있는 기술이 좋아졌어요. 스스로 대견하기도 해요.” 정말로 많은 일을 겪었다. 무수히 많은 희노애락이 오갔다. 자의 없이 시작한 일로 인해 영광과 아픔과 슬픔이 공존했다. 스스로를 치유한 건 도리어 주목받는 삶을 산다는 책임감이었다.

“전 사람들이 좋은 모습만 봐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제 괴로움을 대중과 나누고 싶진 않더라고요. 그걸 알아주는 건 너무나 감사한 일이지만, 억지로 드러내고 싶진 않았어요. 라디오 DJ를 할 때도 기분이 다운된 날 오히려 밝게 멘트를 하니 치유되더라고요. 그게 제가 해야할 역할인 것 같아요.”

‘히트 가수’ 반열에도 올라봤고, TV와 라디오를 종횡무진하며 대중과의 접점도 자주 만들었다. 데뷔 17년이 지난 지금도 한 때를 풍미한 ‘지나간’ 가수로, 과거에 묻힌 ‘옛 스타’로 남지 않았다. 누군가에겐 여전히 ‘발라드 황태자’로, 누군가에겐 ‘뮤지컬 배우’로, 또 누군가에겐 ‘햄버거 가게 사장’으로 자신의 역할을 조금씩 나눠쓰는 요즘이다.

데뷔 이후 음악을 놓은 적은 없었다. 2집 앨범 수록곡 ‘사랑은 하나다’(2005), 4집 수록곡 ‘같은 베개’(2007)가 꾸준히 사랑받았고, 밴드와 뮤지컬 무대를 넘나들며 음악 안에서 그의 활동을 이어갔다. 뮤지컬 도전은 2012년이 처음이었다. “‘셜록 홈즈: 앤더슨가의 비밀’로 데뷔했는데, 처음에는 뮤지컬에만 집중하자는 생각은 아니었어요. 첫 작품 이후 군 복무도 했고요. 데뷔로 치면 올해로 뮤지컬 배우 9년차이지만, 모든 걸 건다는 마음가짐은 아니어서인지 체감은 3~4년 밖에 안 된 것 같아요.”

‘루드윅:베토벤 더 피아노’(9월 27일까지·대학로 톰 1관)는 테이의 또 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악성 베토벤의 생을 조금 더 친근하게 열어준다. 툭 내뱉는 능청스러운 대사에 웃음이 터지고, 존재감만으로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무대를 장악한다. 지나온 삶을 소중히 꺼내보는 말년의 베토벤에게선 뮤지컬 배우로 소임을 다하는 테이의 현재가 충실하게 담긴다.

“닮은 점을 찾으려 할수록 너무나 큰 갭이 보였다”지만, 공감대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당시의 베토벤은 연예인이었어요. 공개된 곡을 연주하고, 음악을 선보이는 파격적인 삶이었죠. 모든 사람들의 실시간 댓글을 받아온 사람이요. 음악을 하는 한 사람의 이야기라 생각하니 다가서기가 편했습니다.” 격렬한 울부짖음으로, 말년의 루드윅을 만들어가기 위해 지금도 그는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무대에 선다.

“노래도, 뮤지컬도, 계속 하게 되는 것은 목표로 삼아 열정을 불태웠기 때문은 아니에요. 그저 이렇게 흘러와, 흐르게 됐어요. 물살이 원하는 방향과 다르게 흘러간다고 해도 거슬러 가기 보단 잘 저어가고 싶어요.” 큰 욕심은 없다. 굳이 집착해야 할 이유도 없다. 어딘가에 ‘쓰임’이 있는 존재로 서고 싶은 마음이라고 한다. “제 삶의 원동력은 물살 자체였던 것 같아요. 물이 마르지 않는 것에 감사하고 있어요. 가수로, 뮤지컬 배우로, 때론 많이 먹는 형으로…, 그렇게 기억에 남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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