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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일한의 住土피아] 부동산거래분석원 설립 추진…집값 오를 때만 필요한 조직?

부동산 시장의 투기, 교란행위를 단속하기 위한 상설기구 설치가 속도를 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부동산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부동산시장 감독기구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말한 이후부터다.

기구명칭은 ‘부동산거래분석원’으로 거의 정해진 듯하다. 국토부·금감원·국세청·검찰·경찰 등에서 파견된 인력 50여명 규모로 정부 내 상설 조직으로 운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기능은 ‘부동산 시장의 이상 거래’를 감시하는 역할이다. 현행 국토교통부가 각 기관 파견인력 15명 정도로 운영하고 있는 불법행위 대응반의 기능을 강화해 각종 탈세, 대출규정 미준수, 업계약 및 다운계약 등 불법거래를 적극 단속하겠다는 계획이다.

“금융정보분석원(FIU), 자본시장조사단 사례를 적극 참고 한다”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말처럼 부동산 거래에 발생하는 당사자 간 금융 정보까지도 꼼꼼히 따질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시장에 ‘빅브러더’가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부동산거래분석원 설립 추진을 보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기본 시각을 뚜렷이 알 수 있다. 먼저 이 정부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부동산 시장에 불법이 만연해 있다고 보고 있다.

홍 부총리는 “전국적으로 발생하는 ‘수많은 불법행위’에 대응하는 데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상거래’를 집중적이고 신속하게 보기 위해” 부동산거래분석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집값 상승세의 상당 부분이 불법에 기인한다고 판단하고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시장에선 몇 년 전부터 투기세력이 더 이상 발붙이기 어렵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이 정부는 믿지 않는다. 집값 상승 진원지인 서울만 보자. 수십차례 발표한 촘촘한 규제로 오직 현금 여력이 충분한 무주택자만 집을 살 수 있게 됐다. 집을 살 때 자금조달 계획서까지 써야 한다. 세금 부담도 엄청나다. 도무지 투기꾼들이 예전처럼 장난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럼에도 최근까지 직전 최고가를 경신하는 거래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아직도 투기세력, 시장 교란 세력이 집값을 움직인다고 판단하는 게 상식적인가.

부동산거래분석원을 추진하는 문 정부는 아무리 봐도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공식적인 입장과 속내는 다른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 않고선 집값 상승기나 필요한 조직을 상설화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사이클이 있다. 4~5년 오르면, 비슷한 기간 하락한다. 집값이 상승하다가 곧 하강기를 거치고, 회복기를 지나 다시 상승기로 돌아온다. 이 주기가 10년 간격으로 반복한다고 해서 ‘10년 주기설’ 같은 이론도 있다.

이 사이클에 따라 정부는 규제를 달리했다. 집값이 폭등하는 시기엔 규제를 강화했고, 집값이 하락하는 시기엔 완화했다. 예컨대 집값이 폭등했던 노태우 정부 때는 규제를 강화했고, 침체됐던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 때는 규제를 완화했다. 본격적으로 집값이 뛰었던 노무현 정부에선 규제 강화책을 썼고, 글로벌 금융위기를 지나며 주택시장 침체가 심각했던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때는 규제를 완화했다.

지금 주택시장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기의 끝자락이라고 분석한다. 그런데 지금 막대한 예산을 들여 부동산거래분석원을 만드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본격적으로 집값이 하락하는 시기가 오면, 부동산거래분석원은 무슨 기능을 할까? 하락기엔 사람들이 집을 사려 하지 않는다. 중개업소엔 매물이 쌓이지만 사려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아 거래가 급감한다.

집값이 많이 하락한 것도 ‘이상거래’로 보고, 집주인이 왜 그렇게 싸게 내놓았는지 파악해 지나치게 낮은 가격에 거래된 계약을 문제 삼을까? ‘투기근절’이 부동산거래분석원의 설립근거인데 투기가 사라진 시장에선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부동산거래분석원이 정말 집값이 오르는 한시적인 상황에만 필요한 조직이라면, 굳이 많은 예산을 들여 지금 만드는 게 합리적인가? 건설부동산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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