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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넷플릭스와 1%의 무게

[헤럴드경제=박세정 기자] "약 3만5000명이 HD 동영상을 하루 종일 시청하는 규모"

국내에서 소비되는 일평균 데이터 트래픽의 1%로 할 수 있는 일이다. 단위조차 낯선 1.7페타바이트(PB)다. 1.7페타바이트는 단순 계산으로, 한 달 8GB 요금제를 약 21만개월 동안 쓸 수 있는 어마어마한 데이터 양이다.

데이터 트래픽 1%는 이른바 '넷플릭스 무임승차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적용을 받는 기준이다. 전년도 말 3개월 기준으로 일 평균 이용자가 100만명 이상이고 국내 총 트래픽의 1%이상인 부가통신사업자가 법의 적용을 받게 됐다. 넷플릭스를 비롯해 구글, 페이스북, 카카오, 네이버 등이 대상이다.

지난해 8월 기준, 넷플릭스는 통신3사 전체 트래픽의 2.3%를 차지했다. 국내 포털 카카오(1.8%)보다 많고 국내 1위 포털인 네이버(2.5%)에 육박한 수준이다.

그나마 구글에 비하면 넷플릭스는 약과다. 구글(유튜브 포함)은 25.8%에 달한다. 페이스북(4.7%)까지 포함하면 해외 콘텐츠 사업자(CP) 3곳이 차지하는 비중이 32.8%에 달한다. 그동안 제대로 된 망 이용로도 내지 않으면서 국내 통신사 전체의 3분의 1에 달하는 트래픽을 해외CP가 유발하고 있었던 셈이다.

사실상 '통제불능'에 가까웠던 해외CP를 법 테두리 안으로 들여왔다는 점에서 이번 개정안은 시작점이라 볼 수 있다. 해외CP에 정당한 망 이용료를 부과할 수 있는 단초가 될지도 주목된다.

하지만 법적 장치가 마련됐어도 보완할 점은 여전히 산적해 있다. 당장, 망 안정성 '의무'는 주어졌지만 이것이 실제 정당한 망 이용료 '지불'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앞서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망 이용료 분쟁 사례를 봐도, 해외CP를 논의 '테이블'에 앉히는 것조차 쉽지 않다.

망 안정성 의무를 위반하더라도 과태료는 2000만원에 그쳐 솜방방이 처벌에 그칠 수 있다.

무엇보다 대상 기업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공감대 형성이 급선무다. 이미 국내 업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번 기준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 일각에선 국내CP를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시키기 위해 '트래픽 1%'의 기준을 높여한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이쯤에서 '트래픽 1%'와 '일 이용자 평균 100만명 이상'이라는 기준을 다시 꺼내보자. 그만큼 많은 이용자들에게 큰 호응과 사랑을 받는 서비스라는 의미다. 과기부는 이 같은 기준에 대해 “ 이용자에게 편리하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므로 국민 일상 생활에 영향이 큰 국내외 사업자를 포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7000만명, 6700만명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한달 이용자만 660만명에 달하는 넷플릭스에서는 월 440억원 수준의 카드 결제가 이뤄지고 있다.

결국, 일상에서 이용자에게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법의 주 목적임을 기억해야 한다. 트래픽 1%의 무게보다 훨씬 무거운 것이 이용자의 '무게'다.

sjpar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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