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플앤데이터]‘노란 점퍼’의 영웅 정은경…'감염병 컨트롤타워'가 되다
문재인 대통령은 8일 초대 질병관리청장에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을 내정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 쇼트커트와 노란 점퍼로 국민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초대 질병관리청장(차관급)에 올랐다. 지난 2004년 출범한 질본이 보건복지부 독립외청으로 승격한 것은 16년만이다.

‘K 방역’을 이끈 ‘진짜 영웅’으로 통하는 정 본부장의 신임 질병관리청장 임명은 사실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성실하고 차분한 대응으로 국민을 안심시키고 기자들이 더 이상 묻지 않을 때까지 차분하게 끝까지 답하는 정 신임 청장의 모습은 방역당국에 대한 신뢰도를 크게 높였다.

정 신임 청장은 머리 감을 시간도 아까워 뒷머리를 쇼트커트로 자르고, 식사도 도시락과 밥차로 챙기며 24시간 긴급상황실(EOC)을 지켜오고 있다.

의사 출신인 정 신임 청장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틈틈이 질본 관계자들과 연구를 진행하며 지난 4월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가 발간하는 저널에 국내 역학조사와 방역과정 등을 정리한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를 향해선 소신 발언도 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들은 정 청장을 ‘진짜 영웅’으로 칭하면서 그의 코로나19 대응 활약을 비중 있게 보도하기도했다.

정 신임 청장이 꽃길만 걸은 것은 아니다. 그에게도 가시밭길은 있었다. 2015년 긴급상황센터장으로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대응 실무를 총괄했지만 사태 확산 책임을 묻는 과정에서 공직을 떠날뻔하기도했다.

당시 감사원이 방역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 정직 처분을 권고했지만 중앙징계심의위원회가 권고안보다 낮은 감봉 1개월 경징계 처분을 확정해 질본에 남을 수 있었다.

정 신임 청장은 이후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7월 질병관리본부장에 임명됐다. 정 신임 청장과 문 대통령의 인연은 메르스 사태 당시로 올라간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였던 문 대통령이 질본을 찾아 질병예방센터장(국장급)이던 정 신임 청장의 브리핑을 듣는 과정에서 감염병 예방에 헌신하는 정 신임 청장을 일찌감치 눈여겨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의 정 신임 청장에 대한 신뢰는 코로나19 사태 국면에서 더욱 확고해졌다고 한다.

하지만, 정 신임 청장의 어깨에 걸린 짐도 만만치 않다. 정 신임 청장이 이끌게 될 질병관리청은 기존 질본보다 1.4배 커진 몸집으로 인사와 예산 등 명실공히 독립적인 지위를 갖는다. 인력도 기존 질병관리본부 대비 42% 늘어난 5국 3관 41과체제로 총 1476명(본청 438명, 소속기관 1038명)에 달한다.

정 신임 청장은 신설 조직의 독자적인 인사권과 예산권을 행사하게 된다.

수도권과 충청권, 호남권, 경북권, 경남권 등 전국 5개 지역의 질병대응센터도 새로 생겨 총 155명의 전문인력이 보강되며 지자체 감염병 대응역량 강화를 지원하기위해 광역 시·도에 전담인력 250명, 기초 보건소 816명 등 1066명을 보강해 코로나19와 같은 전국 단위 감염병 유행 시 역학조사, 진단·분석도 돕는다.

예산도 늘어난다. 2021년 보건복지부 예산안에 따르면 질병관리본부 예산은 올해 8171억원에서 내년에는 9159억원으로 1000억원 가까이 증가할것으로 전망된다.

이로써 질병관리청은 감염병 조사는 물론 연구와 정책까지 독자적으로 수행하는 명실상부한 ‘감염병 컨트롤타워’가 될 전망이다. 단순히 감염병을 사후 추적하던 기능에서 감염병을 미리 예측하고, 이를 예방하는 중차대한 임무는 이제 정 신임 청장의 몫이 됐다.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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