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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칼럼] 재정건전성 논쟁의 실상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출범 이후 핵심 경제정책으로 소득주도성장을 채택하면서 확장재정 기조를 유지해왔다. 지난 3년 동안 기초생활보장, 아동수당 확대, 노인일자리 등 복지 분야에 재정투입을 늘려 매년 예산지출을 2018년 7.1%, 2019년 9.5% 가파르게 늘려왔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 19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세 차례 추가경정예산까지 합해 예산지출이 21% 이상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 7월 정부는 디지털뉴딜, 그린뉴딜, 고용안전망 강화에 2025년까지 총사업비 160조원을 투입한다는 내용의 한국판 뉴딜을 발표했다. 따라서 내년 예산은 심의 과정에서 한국판 뉴딜이 추가되고 관행대로 국회에서 증액을 요청하면 550조원이 넘는 ‘초슈퍼 예산’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전례 없는 막대한 재정투입이 예상되면서 최근 들어 경제위기 극복과 함께 재정건전성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특히 한국과 같은 비기축통화국이자 소규모 개방경제에서 재정건전성은 경제와 국가운영의 최후보루이기 때문에 재정규율이 무너지면 안 된다. 재정건전성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면 국가신용도 추락과 환율 불안으로 자국 화폐와 국채가 외국투자가들에게 기피 대상이 되어 제2의 외환위기가 올 가능성이 커진다.

올해 국가부채비율이 3차 추경으로 지난해 말 38.1%에서 43.5%로 급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것도 낙관적인 전망으로 성장률이 예상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말에 45%를 넘고, 2023년에는 51.7%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2분기 경제성장률이 -3.3%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래 최악을 기록함에 따라 세수 목표와 재정지출 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국가부채의 증가속도인데, 2000∼2017년 한국의 국가부채 연평균 증가율이 11.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2개 국가 중 네 번째로 빠르다. 그나마 재정운용에 있어서 다행인 점은 국채 금리의 장기 하락으로 GDP 대비 국채 이자부담의 비중이 2010년대 이후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위기상황에서 재정건전성을 거론하는 것은 정책 집행에 혼선만 주므로, 코로나 팬데믹이 진행 중인 상황과 포스트 코로나로 구별해서 접근해야 한다. 코로나 위기상황에서는 확장적 재정지출의 효율성에 초점을 맞추고, 그 이후에 재정수지 관련 건전성을 다뤄야 한다.

이 같은 시기에는 재정건전성에 연연하지 말고, 코로나 방역에 성공할 때까지 국민 생계를 보호하고 경제의 공급능력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다만 현금 뿌리기, 단기성 일자리 같은 세금 퍼붓기식 재정지출보다는 재정투입의 가성비가 좋은 생산적 분야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는 재정준칙을 도입해 재정지출을 가급적 억제하고, 동시에 증세를 통한 세수의 확대로 재정수지 균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동안 한국의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채무비율은 낮은 복지 수준으로 유지돼왔으나 앞으로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복지 수요의 증가로 국민의 조세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과거처럼 일부 고소득자, 대기업, 고액 부동산 등에 대해서만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핀셋 증세’보다는 소득세의 비과세·감면 축소와 부가세율의 인상 등을 통한 ‘보편적 증세’가 필요하다. 또한 21대 총선의 여당 압승으로 현 정부의 재정만능주의가 앞으로 더욱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보다 신중한 재정 운용과 건전성 관리가 요구된다.

강명헌 단국대 명예교수, 전 금융통화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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