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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연진의 현장에서] 누가 30대 ‘영끌’을 탓하나

“부동산, 죄송합니다. 너무 미안합니다. 올라서 미안하고,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한 번에 잡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은 1월 신년 연설에서 부동산 정책에서의 시행착오를 인정하며 이렇게 사과했다.

대출을 어렵게 하고 세금을 늘리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참여정부와 빼닮았다. 그러나 ‘패닉바잉(공황매수)’이란 신조어에서 볼 수 있듯 국민이 겪는 혼란은 더 크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5일 국회에서 “다주택자 매물을 30대가 ‘영끌’해서 받은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영끌은 영혼까지 끌어모아 돈을 마련해 어렵게 집을 샀다는 의미다. 그런데 ‘영끌해서 안타깝다’는 게 주무부처 장관의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닌 것 같다.

앞서 그는 2018년 6월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주택시장이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다”고 자평한 바 있다. 그러나 시장은 거꾸로 급등세에 접어들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당시 7억5000만원대이던 서울 아파트 중윗값은 8월 현재 9억2000만원대다.

패닉바잉에 나선 30대는 이 기간을 정부 정책을 지지하며 기다렸던 이들이다. 안타까움이 아니라 미안함을 느끼는 게 맞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상승세가 이처럼 오래가는 것은 ‘정책 부작용’이라고 말한다. 한 부동산학 교수는 “값이 오르면 상승 피로도에 자연스럽게 조정세에 들어가는데, 점점 집을 사고팔기 어렵게 규제가 붙다보니 오히려 ‘조건이 될 때 사자’로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3040세대는 부동산 대책이 나온다는 예고만 나와도 바로 은행 창구로 달려가 정책 시행 전 대출을 미리 받고 있다. 소득은 있으나 자산이 없는 젊은 세대가 신용도 평가에 따라 필요시 대출로 매수에 나설 수 있어야 하는데, 언제 또 다른 정책이 나와 막혀 버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정책 효과를 막는 건 정부의 다음 정책이란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그런데 정부는 계속 남탓을 하고 있다. 문 정부 들어 집값이 11% 오르는데 그쳤는데, 민간 통계를 믿지 못하겠다고 한다. 서울 아파트 평균값이 10억원이라 하자, 장관은 “일부 몇개 아파트를 모아서 봤을 때 10억원을 넘은 것인데 서울 전체 통계인 것으로 보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큰소리친다.

정말 그럴까. 당장 청와대 다주택 참모들의 주택만 꼽아봐도 ‘10억원’이 넘는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얼마 전 매도한 반포 아파트값은 국토부 실거래가 기준, 11억3000만원에 팔렸는데 현 정부 들어 5억원 가까이 올랐다.

그럼에도 노 실장은 국회에서 “아파트 값 오른 게 우리 정권에서 올랐나. MB(이명박) 정권, 박근혜 정권에서 안 올랐느냐”며 역정을 냈다.

이런 자세론 30대 ‘영끌’을 공감할 리 없다. 노 실장의 아들은 아버지 소유 반포 아파트에 전세를 살며 ‘아빠 찬스’를 쓰고 있었으니, 30대의 ‘영끌’이 남의 이야기일 수 있겠다. 정책엔 국민과의 공감이 필요하다. 그래야 지지도 받는다. 공감 못 하는 정부를 둔 게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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