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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비즈] 부동산 정책과 세법의 ‘역(逆)시너지’ 효과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 문제점은 여타 정책과의 정책조화(Policy mix)를 무시하는 ‘징벌적 과잉규제’로 요약된다. 지난 3년간 23번 발표한 부동산대책은 시장원리, 경제원리, 조세원칙과 갈수록 멀어졌다. 이로 인해 역(逆)시너지 효과가 초래됐다.

첫 번째, 현 부동산정책은 국민의 기본권인 거주이전의 자유를 제한한다. 기존 주택을 팔고 새 주택으로 이사를 원하는 경우 과도한 양도세, 취득세 등을 납부하면 원금이 줄어들어 이사를 어렵게 한다.

두 번째, 600년 고도(古都) 서울의 도시 미관정책과 충돌한다. 한강변과 서울 요지에 50층 초고층 아파트를 무분별 신축할 경우 어느 정치인 표현대로 ‘천박한’ 서울로 변할 것이다. 이번에 아파트 신축지로 발표한 서울의 요지는 사회적·역사적으로 중요한 자원이다. 과천 정부청사 앞 공터, 상암동 월드컵운동장 주변 공터, 조선 왕릉이 밀집한 태릉골프장 부지 등 한번 없어지면 다시 확보가 불가능한 귀중한 자원이다. 10여년 전 프랑스 지리학자가 서울의 아파트촌을 주제로 박사논문을 썼다. 하늘에서 서울 사진을 찍으면 ‘성냥갑’이 겹겹이 쌓여 있는 거대한 ‘병영(兵營) 도시’를 닮았다고 꼬집어 화제가 됐다.

세 번째, 강남 집값이 오르는 이유가 교육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모든 학부모가 안다. 학부모들이 원하는 양질의 교육시설을 강북 낙후 지역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 사교육비 축소를 위한 자사고·외국어고 폐지 등 평준화정책이 되레 서민층 주거불안의 원인이 된다.

네 번째, 농어촌 균형발전도 고려해야 한다. 정부는 세금 중과대상에 농어촌 주택과 고향주택도 다주택자에 포함하도록 양도세 특례를 폐지하기로 했다. 그동안 1세대 1주택 양도세 계산시 농촌주택 등은 특례를 인정해 30~40평 범위 내의 농촌주택 취득을 권장했다. 당장 농촌주택 보유자 또는 향후 농촌주택을 상속받을 자는 다주택자로 변하고, 이로 인한 세금 때문에 농촌주택을 멸실해 나대지로 보존해야 할 형편이다. 농촌인구 사망률이 급증하는 추세에서 농촌지역을 사람 안사는 지역으로 만들 수 있다.

다섯 번째, 세금의 벌금(罰金)화에 따른 부작용이다. 벌금은 불법행위에, 세금은 경제행위에 부과한다. 경제행위에 징벌적 세금을 부과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조세원리는 형평성, 단순성, 효율성이다. 서울시의 자가 주택 보유율은 43%이다. 서울거주 세대의 절반은 세입자 신분이다. 향후 임대사업자 등 다주택자에게 종부세 최고세율 6%(교육세 포함 7.2%)와 재산세를 10여년 중과할 경우 보유세 때문에 집값 원본이 없어지는 결과가 된다. 다주택자를 범죄인 취급하면 최종적인 부담은 세입자에게 전가된다. 모든 세대가 자가(自家)를 보유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경제적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만일 주택을 처분하는 경우 지방주택, 강북지역 주택을 우선 처분하게 되면 이로 인한 주택가격의 하락으로 자산가치의 지역별 ‘부익부빈익빈’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 강북지역 구도심 공시지가는 현재 시가에 근접한 점을 고려할 때, 이 지역 집값이 크게 하락할 경우 공시지가가 실거래가보다 높아지는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

단기적·응급처방대책 대신 중장기적·시장친화적 대책이 필요하다. 올해부터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아지는 인구감소 본격화 시대다. 조만간 주택공급이 수요를 초과할 수 있다. 자연환경 보존과 주택공급 확대의 병렬적 지혜가 필요하다. 경직된 명분론보다 실용주의 시각에서 그린벨트의 건설적 활용에 국민 설득이 필요하다. 다주택자의 연착륙이 가능하도록 한시적 양도세 감면 등 역발상 검토도 필요하다.

윤영선 법무법인 광장 고문(전 관세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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