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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대용의 현장에서] 질문은 계속돼야 한다

법무부가 최근 검사와 기자의 만남에서 오간 대화를 기록해 보존하는 방안을 추진하려다가 철회했다. 언제고 건넸을 법한 ‘무식한 질문’이 자칫 문서로 남아 회람될 뻔했는데 없던 일이 됐다니 퍽 다행이다. 상황이 또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지만 당분간은 짐짓 자신 있는 것처럼 질문을 계속 시도해볼 수 있겠다.

법무부가 생각을 바꾼 건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방안은 인권보호 수사를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며 지난 6월 발족한 ‘인권수사제도개선TF’논의 과정에서 비롯됐다. 이런 방안의 추진 사실이 언론을 통해 외부로 알려진 지 며칠 만에 철회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인데, 지난주 회의에 참석한 다수가 현실적으로 실행되거나 지켜지기 어렵다는 데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이 방안의 진짜 문제는 실효성이 아니라 발상 자체다. 언론의 검찰 취재를 아예 차단하겠다는 생각에서 비롯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TF가 고려하던 방안은 검사가 기자와 만날 때 소속과 이름, 날짜와 시간, 장소을 비롯해 질문과 답변 등 대화 내용까지 대장에 적어 사후 보고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피의사실 공표를 비롯한 수사정보 유출을 방지하겠다는 취지인데, 기자와의 만남을 적어 보고해야 하는 검사 입장에서는 이 방안이 시행되면 앞으로 취재에 응할 이유가 더욱 없어질 수밖에 없었다. 검사 사이에선 어느 기사가 나왔을 때 그 기사의 ‘빨대’인 검찰 내 취재원을 색출하기 위한 시도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정작 갈수록 우려가 커지는 건 검찰의 ‘깜깜이 수사’다. 새 공보 규정이 기소 전 형사사건에 대한 수사 상황 공개와 검사의 기자 접촉을 원칙적으로 금지한 뒤로, 이른바 주요 사건을 비롯한 대부분의 사건에서 수사가 잘 되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상태다. 대표적인 사건이 서울중앙지검이 수사 중인 청와대 하명수사 및 울산시장선거 개입 의혹사건이다.

지난 1월 검찰은 송철호 울산시장을 비롯해 현 여권 인사 등 13명을 무더기 기소한 이후 잔여 수사를 계속 진행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7개월이 지나도록 진척 상황을 알 길이 없다. 수사가 잘 되지 않고 있다면 이유가 무엇인지, 검찰이 무리하게 수사를 끌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볼 수 있어야 하는데 가늠조차 안 된다. 그만큼 언론의 견제가 어려워졌는데도 검사와 기자의 만남을 기록으로 남기려 했으니 검찰 수사를 어디까지 얼마나 숨겨야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되레 어떤 사안에선 피의사실이 선별적으로 알려지기도 하는데, 새 공보 규정이 ‘착한 피의사실’과 ‘나쁜 피의사실’을 구별하고 있는 것인지 때로 궁금해지기도 한다.

아직 혐의에 불과할 뿐인데도 확정된 사실인 것처럼 단정하는 보도에 문제가 있다는 점은 수긍한다. 하지만 검찰이 수사 중인 사안 자체를 보도할 수 없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어떤 이들의 오해와 달리, 검사에게 질문할 수 없을 때 나오는 게 ‘검찰 받아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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