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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칼럼] 식량안보, 위기와 해법

최근 전국적으로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많은 인명피해와 경제적 피해를 남겼다. 상처를 추스르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과 더불어, 이번 집중호우처럼 지구온난화 가속에 따라 발생하는 기후위기에 대한 우려도 크다. 폭우, 폭염, 한파 등 반복되는 이상 기후는 환경·생태·경제적 문제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농업의 근간을 흔들며 세계 먹거리 수급에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세계 인구 증가도 식량위기 우려를 가중시키는 요소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불과 30년 후면 세계 인구가 97억명으로 늘고 식량 수요는 1.7배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코로나19 사태는 식량위기를 더욱 중대하고 시급한 문제로 만들었다. 유엔 FAO는 이미 지난 3월 식량위기에 대해 우려한 바 있다. 국경 폐쇄 등으로 국제 공급망이 마비되면서 극빈국·개도국 등을 중심으로 식량위기가 시작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인력의 출입국이 지체되면서 농촌지역 일손 부족 현상도 나타난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유럽과 미국 농가도 해외 노동자들이 사라져 비상상황에 처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곡물시장 전문가들의 75%는 향후 10년 이내에 2007~2008년과 같은 국제 곡물시장 위기가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우리의 현행 체계로는 국제 곡물시장의 위기에 적절히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응답도 같은 비율인 75%였다. 2000년대 발생한 곡물 수급위기가 세계적인 가뭄으로 곡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발생했음을 생각해볼 때 최근 빈번한 이상 기후는 제2, 제3의 곡물위기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국제 곡물시장 위기 이후 국내에서도 국제공급망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며 식량안보·식량주권 등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기본법에 따라 5년 단위로 식량자급률 목표도 설정하고 있지만 목표를 위한 현실적인 수단이 없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쌀을 제외한 식량자급률이 OECD 최하위 수준이다. 2018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46.7%로, 절반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100%에 달하는 쌀의 자급률이 평균을 끌어올린 덕분이지, 콩은 20%대에, 밀은 불과 1%대에 머물고 있다. 사료용 곡물을 더하면 밀의 자급률은 0.7%까지 떨어진다. 국제공급망이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국내 농식품산업과 밥상물가에 치명적인 타격이 불가피한 구조다.

단기적이고 사후처방식 대책으로는 만성적인 위기와 불안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식량안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식량위기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국가 식량안보 시스템의 핵심은 50%를 밑도는 국내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것이다.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바탕으로 한 국내 자급률 제고, 지역 기반 공급망의 육성, 수입이 불가피한 품목에 대한 안정적 해외 조달 및 시장대응력 강화, 공공 비축농산물의 철저한 관리과 품질 유지 등에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여러 국가에서 나타난 식품 사재기는 먹거리 수급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줬다. 공자는 나라를 지키는 세 가지 요소로 먹고사는 문제인 ‘식(食)’, 안보를 의미하는 ‘병(兵)’, 국민신뢰를 뜻하는 ‘신(信)’을 꼽았다. 그로부터 250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식량이 안보가 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공자가 말한 세 가지 요소를 이제는 따로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병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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