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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고단한 코로나 사피엔스 시대의 ‘빈곤한 언어’

  • 기사입력 2020-08-14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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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먼 훗날 역사학자들은 2020년을 ‘코로나 사피엔스’가 탄생한 첫해로 기록할지 모를 일이다.

코로나 사피엔스 시대의 서막이 될 수 있는 2020년 여름 대부분 사람은 힘겹고 고단하다. ‘평범하게 태어나, 평화롭게 살다, 평온하게 죽을 수 없다는 걸, 그게 당연하다는 걸 아는데. 삶의 반대는 평(平)인 것인가’라는 소설가 권여선의 말처럼 평범 평화 평온은 코로나 이전시대에나 있었던 언어처럼 낯설다. 코로나가 없었던 ‘어제’로 돌아가는 길을 찾을 수 없을 것이란 말이 과장이 아닌 듯하다.

경제만 해도 마이너스 성장이 디폴트가 되는 세상으로 바뀌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다. 국제유가 배럴당 -37달러, 미국 2분기 성장률 -32.9%(연율)란 경악스러운 숫자를 보게 될지 누가 알았을까.

백신이 나온다고 바이러스의 시대가 끝날 것인가. 과학자들은 코로나19가 사라진다 해도 바이러스는 주기적으로 닥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인류는 그때마다 새로운 바이러스와 싸워야 하고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올 때까지 공포에 떨게 될 것이다.

벌써 확진자 2100만명, 사망자는 75만명인 코로나 사피엔스의 삶은 불안과 공포가 상존한다. 먹고사는 문제가 쉽게 좋아지기는 어렵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 시즌에 한국경제가 좋을 일이 없는 건 당연하다. 대부분 지표는 외환위기 수준이다. 고용지표를 보자. 지난달 실업자 실업률은 최악이다. 그중 비경제활동 인구 가운데 ‘그냥 쉰다’라는 사람은 231만9000명에 달한다. 막연히 쉬는 사람들이 20세 성인 기준으로 보면 20명 중 1명이란 얘기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고용상황이 매달 꾸준히 나아지고 있다는 점은 ‘팩트’”라고 밝혔다. 홍 부총리 잣대처럼 계절요인을 제거한 전월 대비 취업자 수 기준이면 맞다. 하지만 일상적으로 쓰던 ‘전년 동월 대비’를 언급 안한 것도, ‘그냥 쉰다’가 231만명이란 것도 또 다른 팩트다. 그렇다면 ‘나아지고 있다’는 어느 사실에 기초한 것일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8%로 상향조정한 것을 두고 ‘찬사’라는 표현까지 등장하는 것도 어색하다. 코로나 직격탄을 맞는 자영업자나 취준생들을 생각하면 ‘기적 같은 선방’이란 표현이 더욱 어울리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당국자와 시장 간 언어의 괴리는 요즘 가장 뜨거운 집값을 놓고 벌이는 백가쟁명 와중의 말에서도 마찬가지다. 국토교통부 장관은 3년간 서울집값이 11% 올랐다는 ‘팩트’를 얘기한다. 하지만 고작(?) 집값 11% 상승으로 여당 지지율이 폭락하고, 청와대 참모진이 개편되고 온 나라가 전쟁통인 또 다른 팩트를 설명하기에는 한참 부족하다. ‘집값이 안정되고 있다’고 정부 여당발 발언이 나오지만 신고가 거래가 나오고 전세는 씨가 마른다.

안 그래도 힘겨운 코로나 사피엔스의 시대, 무수히 많은 말의 성찬(盛饌)에, 그에 못지않은 내용의 빈곤에 놀라게 된다. 성(城)이 높아질수록 성 ‘안’과 ‘밖’의 언어의 불통은 커지고 ‘그들’과 ‘우리’로 나눠질 수밖에 없다. 자신들에 유리한 사실만 끌어올 게 아니라, 진짜 팩트에 직립한 진정한 말들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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