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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시절 보물 찾듯… 잊고 있던 내 안의 감성을 깨우는 ‘영국의 고서점’

[헤럴드경제] 4차 산업혁명이나 인공지능이 거론되며 세상은 최첨단을 지향하고 있지만 빠르게 변하는 것을 아쉬워하는 듯 클래식이나 빈티지한 분위기도 덩달아 유행이다.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유독 서점은 클래식한 장소의 대명사다. 종이책이 익숙하지 않은 세대이기에 단순히 책을 보거나 사는 장소이기 보다 과거의 문화를 담고 있는 하나의 문화 향유 공간으로 인식되면서 서점은 관광 스폿으로 인기가 높다.

특히 많은 문호들을 배출한 영국 여행 시 일정에서 서점 방문은 꼭 포함되는데 런던의 경우 대부분 많은 한국인들이 영화 <노팅힐>의 영향으로 트래블북스로 향한다. 하지만 이곳은 촬영지일 뿐 진짜 서점 여행 고수들은 런던 세실코트로 향한다.

화려한 런던의 관광지 뒤편에 있으면서 마치 우리나라 부산 보수동 헌책방 골목이나 인천 배다리 헌책방 골목을 연상하게 하는 세실코트는 한 주제의 전문 분야의 서적만을 취급하는 서점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어 골목 전체가 하나의 서점이라는 인상을 준다.

전산화된 국내 서점에서는 비치된 컴퓨터에서 조금만 검색해도 내가 필요한 책을 언제든 바로 찾을 수 있는데 런던의 고서점 안에서 책들이 여기저기 쌓여있는, 이제는 국내에서는 쉽게 보기 힘들어진 모습이 이색적으로 다가온다.

운이 좋으면 유명 작가들의 초판 작품이나 희귀본들을 구할 수 있어 마치 보물찾기를 하는 것 같은 재미도 준다. 골동품이나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파는 상점들도 있는데 돌아보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할 수 있으니 잔돈을 꼭 준비하자.

세계 독서율 1위를 자랑하는 영국인들은 가드닝 못지않게 독서로도 여가를 보낸다. 그렇기 때문에 꼭 런던이 아니더라도 영국 어디를 여행하더라도 그 지역의 유적지에 버금갈 정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오래된 서점들을 만날 수 있다. 오랜 역사 동안 수많은 문호들을 배출해왔던 것은 결코 우연히 얻어진 결과가 아닐 것이다. 그들의 책에 대한 열정은 책의 마을인 헤이 온 와이(Hay-on-Wye)에서 응집돼 나타났다.

60년대에 리처드 부스가 일궈낸 헤이 온 와이는 브레콘 비콘스 국립공원이 있는 웨일즈에서도 동쪽 끝 와이 강변 산간에 위치한 작은 시골마을이다. 비슷한 분위기로 국내에서는 영화 <내부자들>의 촬영지로 주목받은 단양의 새한서점과 곧잘 비교된다.

고서점의 도시로도 불리는 헤이 온 와이는 카디프에서도 기차로 2시간 20분 가량 걸리고 마을 입구까지도 구불구불 산길을 지나가야 하기 때문에 쉽사리 목적지로 결정하기는 힘들어도 전 세계 고서 수집가들 사이에서는 반드시 필수로 방문해야 하는 곳으로 꼽힌다.

마을에만 30 여곳의 헌책방들이 있고 그 주변으로 골동품 전문점, 상점, 카페, 식당들이 있어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중에서도 추리소설만 취급하는 서점이나 여행 서적만 취급하는 서점 등 특별한 주제의 책들을 보유한 서점들도 있어 서점마다 들러 구경만 해도 시간이 부족할 정도다.

매년 5~6월 중에는 축제도 열리는데 옛 건물을 그대로 사용하는 호텔들도 있어서 숙박도 가능하다. 때문에 당일 여행이 어렵다면 며칠 묵으며 이 작은 마을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추천한다. 책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헤이 온 와이 같이 영국 산간마을과 국립공원을 함께 돌아본다는 일정으로 웨일즈 여행을 기획한다면 또다른 영국의 모습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rea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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