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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 의사 살인범, 사건 전날 흉기 구입…경찰 “범인, 범행 인정”
‘전날 밤 외출’ 휘발유 등 구입…“진술 명확”
경찰 로고.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지난 5일 부산의 한 정신병원에서 발생한 정신과 의사 살해 사건은 범인이 범행 전날 흉기와 휘발유를 구입하는 등 치밀하게 준비된 범행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의사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10군데 넘게 범인의 흉기에 찔렸다.

2년 전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환자에게 살해된 후 국회에서 ‘임세원법’이 통과되고 정부의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 방안(이하 조성 방안)’까지 나왔지만 결국 안전한 의료 환경은 담보되지 못한한 셈이다. 실제로 이번 사건이 발생한 병원은 병상이 20여 개인 의원급으로, 조성 방안 적용 대상이 아니라서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왔다.

8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부산 북구 화명동의 한 의원급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던 A씨는 “퇴원하라”는 병원 측의 요구에 불만을 품고 지난 4일 오후 9시에 외출, 인근에서 흉기와 휘발유를 구입하는 등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했다. 해당 병원에 입원한 환자와 상주 인력들이 있어 자칫 큰 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지난 6월 19일 이 병원에 입원한 A씨는 ‘병원 내 흡연 문제’로 병원과 마찰을 빚어 왔다. 병원 측은 지난 7월 31일 이미 퇴원 처리를 마쳤지만 A씨는 지난 4일까지 퇴원하지 않았다. 지난 5일 오전 병원 직원이 “퇴원 안 하실 거냐”라고 묻자, A씨는 준비해 온 흉기를 감추고 원장실로 들어간 뒤 범행을 저질렀다.

지난 5일 오전 9시25분께 신고가 들어왔고, 경찰이 도착한 시간은 5분 뒤인 9시30분이었다. 직원들이 원장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흉기에 11군데가 찔린 후였다. A씨는 범행 후 준비해 온 인화성 물질을 뿌리고 자해 소동을 벌였다. 병원장은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결국 저혈량성 쇼크사로 숨졌다.

A씨는 조울증 증세로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의 진술이 명확하다”며 “범행도 인정했다”고 말했다.

2018년 말 임 교수가 희생된 지 2년도 채 안된 시점에서 다시 환자에 의해 의사가 사망하는 비극이 되풀이됐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해 4월 의사를 폭행할 경우 최대 무기징역에 하게 하는 내용 등이 담긴 임세원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보건복지부와 경찰청은 같은 달 조성 방안을 내놓았다. 조성 방안 등 범죄 예방 조치는 100개 이상의 병상을 갖춘 대규모 병원에 해당된다. 각 병원이 비상벨 설치와 안전 요원 교육 등을 시키고 정부에서 이를 지원하는 식이다.

사건이 발생한 병원은 조성 방안 대상 병원이 아니었다. 의원급 병원은 지원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당초 정부가 대책을 마련할 당시 의료계는 의원급 병원에 대한 지원도 요구했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역 내 비상벨 설치 등의 업무를 맡은 부산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의원급 정신병원에 비상벨이 설치되지 않은 것에 대해 “예산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100석이 넘는 병원에 대한 비상벨 설치와 안전 요원 교육 등도 완료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부산지방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의 친구이기도 했던 백종우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법제이사(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임세원법이 통과되고 정부가 해당 방안을 추진하기로 결정은 했지만, 예산 등의 문제로 아직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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