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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권은 ‘조권이 장르다’…“새로운 챕터 쓰는 30대, 내 모습대로 살게요”
뮤지컬 ‘제이미’로 ‘인생 캐릭터’ 만나 한풀이
방시혁 PD가 첫 하이힐 선물…
신세대 게이, 드랙퀸…“‘젠더리스’가 나의 강점”
“‘조권이 장르’라는 이야기 듣는 것이 연예계 삶의 목표”
가수 겸 배우 조권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 '제이미'를 통해 '인생 캐릭터'를 만나 폭발적인 에너지를 보여주고 있다. [쇼노트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어? 이거 난데… 오디션 공고를 보자마자 느꼈어요. ‘제이미’를 못하면 죽을 때까지 후회할 것 같았어요.” ‘드랙퀸(여장 남자)’을 꿈 꾸는 17세 영국 소년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한국 초연작. ‘초대 제이미’를 뽑는 오디션 공고를 처음 본 건 군대에서였다. “살면서 정말 오랜만에 느껴본 감정이었어요.” 2001년 SBS ‘영재육성프로젝트 99%의 도전’을 통해 JYP엔터테인먼트에 몸담게 된 이후 처음 느껴본 “간절함”이라고 그는 떠올렸다. 빨간 하이힐까지 챙겨 오디션을 보러 갔다.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모든 지원자가 쳐다보더라고요. ‘어? 제이미 왔네’ 그런 표정이었어요.(웃음)” 조권은 자타공인 ‘제이미’(9월 11일까지·LG아트센터) 자체였다.

꿈에 그리던 작품을 만난 조권(31)의 표정은 밝았다. 그는 “어느덧 여덟 번째 작품을 하고 있는데,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라며 “너무나 행복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2AM으로 데뷔해 이른바 ‘구(舊) 남친 송’으로 이별의 애틋함을 노래하면서도 정반대 캐릭터인 ‘깝권’으로 한 시절 예능가를 풍미했다. 2012년 발매한 첫 솔로 앨범 수록곡 ‘애니멀’ 무대에선 처음으로 하이힐을 신었다. 그때 조권을 든든히 지지해준 것은 방탄소년단을 키운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의장이었다. “앨범 작업 당시 방시혁 PD님이 물어보시더라고요. 대중적으로 갈래? 하고 싶은 걸 할래? 하고 싶은 걸 하겠다고 했더니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호수에 돌멩이 하나를 던지면 파장이 생기잖아. 근데 오래 걸릴거야.” 조권의 ‘애니멀’은 파격 그 자체였다. 그의 롤모델은 미국의 팝스타 레이디가가.

조권은 드랙퀸을 꿈 꾸는 뮤지컬 '제이미' 속 제이미처럼 "내게는 힐은 페르소나"라고 말했다. [쇼노트 제공]

“제 인생의 첫 하이힐을 방시혁 PD님한테 선물 받은 이후 지금까지 스무 켤레 정도 모았어요. 힐을 보고만 있어도 발 끝부터 에너지가 올라와요. ‘제이미’를 만나고 페르소나라는 단어를 알게 됐어요. 조권의 페르소나는 힐이에요.” 힐을 신고 무대에 선 그는 이제 조권 그 자체로 받아들여진다. 그는 과거에도 지금도 세상의 편견에 맞섰는지도 모르겠다. 발라드 가수는 예능에서 웃기면 안 된다는 편견, 예능 캐릭터 때문에 까칠하고 기가 셀 것 같다는 편견, 아이돌 가수가 왜 뮤지컬 무대에 서냐는 편견. “깝권도 처음엔 너무 오버한다고 욕을 먹었고, 첫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선 캐스팅 발표 후 정말 욕을 많이 먹었어요. 저도 완전히 뚜껑 열렸죠.(웃음) 2시간 30분 분량에 3분 20초 나오는데, 다 잡아먹겠다는 생각으로 했어요. 그렇게 하고 나니 많은 분들이 헤롯왕을 사랑해주셨어요.” 서서히 파장이 일었다. 끈기는 조권에게 ‘조권다움’을 부여해준 추진 동력이었다.

JYP의 최장 연습생으로 데뷔, 20대를 연예인으로 살았다. “꿈을 이뤘고, 행복한 순간도 많았지만” 조권의 삶 역시 다사다난했다고 그는 돌아본다. “군대는 참 팔도강산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더라고요. 그들과 2년 동안 생활하면서 많은 걸 느꼈어요. 그러면서 지난날도 되돌아보게 됐어요. 저의 20대는 타인의 시선에 맞춰 살아왔어요. 2AM도, 예능에서의 모습도 다른 사람을 만족시키고, 다른 사람의 시선에 맞춰 살다 보니 제가 없더라고요.”

스물여덟이 되던 해는 조권 인생에서 손으로 꼽을 만큼 힘든 시기였다고 한다. “그 무렵 입대를 했고, 회사도 옮기고, 카페를 운영했는데 접게 됐어요. 강아지 교통사고가 났고, 어머니는 편찮으시고 여러 일들이 한꺼번에 닥치니 감당하지 못하겠더라고요. 차라리 스케줄이 열두 개 정도 되는 건 견딜 수 있어요. 하지만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오니 쉽지 않았어요. 전 크리스천인데, 지금이 삼재이고 아홉수인가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가수 겸 배우 조권 [쇼노트 제공]

30대에 접어들며 조권은 인생의 ‘새로운 챕터’를 쓰고 있다. 아등바등 매달리고, 타인의 시선에 갇혀 살던 20대엔 보지 못한 여유가 조권에게 묻어났다. “내가 하고자 하는 것, 조권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전에는 부인했던 것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항상 여자 연예인을 닮았다 하더라고요. 최지우, 태연…. 전에는 아닌 척 했는데, 지금은 좋아요. 저 또한 제 모습을 받아들였으니까요.” 뮤지컬을 통해 살아본 다른 사람의 삶은 조권이 자신의 모습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됐다. ‘프리실라’부터 제이미까지, 그는 동성애자였고, 드랙퀸이었다. “젠더리스는 이제 저의 무기예요. 드랙퀸이 있는 것처럼 드랙킹(남장 여자)도 있어요. 젠더리스한 시대를 맞으며 많은 사람들이 제이미도 자연스럽게 바라보게 됐죠. 제이미나 ‘킹키부츠’, ‘헤드윅’, ‘렌트’처럼 젠더리스 캐릭터가 나오는 작품이 많아졌고요. 제가 이런 장르에 빠질 수 없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전 한우물만 파며 제가 잘할 수 있는 걸 해내려고요.”

스스로 전환점이라고 판단했던 시기에 뮤지컬 ‘제이미’를 만났기에 조권에겐 더욱 각별하다. “늘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하고 있어요. 작품을 준비하며 제이미 켐벨과도 화상 통화를 했어요. ’세상의 모든 제이미들에게 메시지를 전해달라‘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사명감이 들었어요. 배우라는 직업이, 타인의 삶을 빙의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는 것이 정말 빛나는 직업이라는 걸 느끼고 있어요.”

“그래 나 게이야!“ 첫 장면부터 선전포고를 하듯 등장하는 제이미가 세상의 시선과 편견에 맞서 꿈을 찾는다. 제이미의 통쾌한 입담에 무대에서 훨훨 나는 조권은 “내겐 한풀이와도 같다”고 했다. 그 모든 과정은 관객들에게 울림으로 다가온다. “엄마가 첫 공연에 보러왔는데, 너무 울어 눈이 퉁퉁 부었더라고요. 첫 장면부터 눈물이 났다고 하더라고요. 1막에서 제이미를 향해 ‘꺼져라’라고 외치는 장면에선 전쟁터에 나가는 거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호락호락하지 않은 삶에서 권이도 앞으로도 알 수 없는 무한한 일들이 벌어질테데, 지금까지처럼 잘 버틸 수 있을까 걱정하시더라고요.” 제이미를 만난 이후 SNS로 많은 메시지도 받고 있다. ”‘제이미‘를 보고, 조권 씨로 인해 저희는 너무나 많은 힘을 받고 있어요. 죽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낭떠러지에서 손을 잡아준게 조권 씨예요.” 그 메시지가 도리어 조권에게 힘이 된다고 한다.

조권은 “세상의 편견에 하이킥을 날린다는 생각”으로 매일 무대에 선다. 모두 다른 얼굴과 성향, 정체성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끊임없이 이갸기한다. 그는 매회 “조권이 제이미이고, 제이미가 조권”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제이미를 통해 제 자신을 찾는 법을 알아가고 있어요.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제가 아무리 예쁜 짓을 해도 싫어할 사람은 싫어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냥 나대로, 내 모습대로 눈치보지 말고 열심히 살아가려고요. 제겐 많은 카테고리가 있어요. 꼬리표같은 깝권도 있고, 구남친 노래를 하는 2AM도 있어요. 힐을 신고 노래하는 제이미도 있고요. 그건모두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아니에요. ‘조권은 조권이 장르다’.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것이 제 연예계 삶의 목표예요.”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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