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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검찰 내부 갈등만 키운채 마무리된 ‘검언 유착’ 수사

이른바 ‘검언유착’ 수사가 숱한 상처만 남긴 채 5일 일단락됐다. 이 사건은 현직 기자와 검사장급 검찰 고위간부가 서로 짜고 여권 실세의 비리를 캐내기 위해 수형자를 협박했다는 게 그 요지다. 검찰은 이를 규명하기 위해 넉 달간 강도 높은 수사를 벌였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사상 두 번째 수사지휘권까지 발동하는 강수를 동원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너무도 초라했다. 수사팀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는 재판에 넘겼지만 검언 유착의 몸통으로 지목한 한동훈 검사장과의 공모관계는 공소장에 넣지도 못했다. 수사팀은 추가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밝혀낸다는 입장이다. 결과를 지켜봐겠지만 지금으로선 추가적인 증거 확보가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전망이다. 검언유착 자체가 아예 존재하지 않은 허구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그야말로 태산명동에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이었던 셈이다.

수사 결과보다 더 한심하고 부끄러운 것은 이번 사건으로 검찰 내부의 갈등과 분열의 민낯이 백일하에 드러났다는 점이다. 우선 시작부터 너무도 정치적이었다. 정권과 대립하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인 한 검사장을 겨냥한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윤 총장은 한 검사장을 보호하기 위해 대검 수사자문단을 소집하는 무리수를 뒀다. 이게 빌미가 돼 윤 총장을 수사에서 배제하는 추 장관의 지휘권 발동으로 이어졌다. 그러자 윤 총장은 전국 검사장 회의를 소집해 맞서며 양자 간 갈등은 극한 상황으로 치달았다. 이후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라는 검찰수사심의위 권고도 있었지만 수사팀은 무시하고 수사를 강행했다.

결국 서울중앙지검과 대검찰청, 총장파와 장관파 등으로 검찰조직은 동강이 나고 말았다. 수사팀장인 중앙지검 정진웅 형사1부장과 한 검사장이 휴대전화 압수수색과정에서 몸싸움을 하는 추태까지 벌였다. 정치적으로 독립적이고 중립적이어야 할 검찰이 가장 정치적인 집단이 되고 만 것이다.

누가 봐도 지금의 검찰 모습은 정상이 아니다. 검찰의 수사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야 한다. 그 외 어떠한 사안도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한데 이번 수사는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검찰 조직의 골간이 깨지고 기본 틀이 휘어졌기 때문이다. 더 망가지기 전에 하루빨리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어려울 것도 없다. 원칙을 지키는 수사의 기본에 충실하면 그만이다. 그 책임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검찰 수장에게 있다. 권력과 정치권은 검찰이 기본을 지킬 수 있도록 흔들어선 안 된다. 검찰 개혁의 본질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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