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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하는 곳에 제 때 공급?”…정부 ‘장밋빛 전망’ 기본부터 흔들
학계 “강남 4구 이주 수요 연 17만 가구”
강남 신규택지 물량은 전체의 8% 불과
핵심사업지 조합원 설득 하세월 가능성
대책 포함 지역 주민·지자체 반발도 변수
지난 4일 정부가 발표한 ‘8·4공급대책’에서 신규택지 중 한 곳으로 선정된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 부지의 모습. [연합]

정부가 ‘8·4 공급대책’을 통해 오는 2028년까지 서울과 수도권역에서 총 13만 가구 이상의 주택을 추가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관련 업계와 시장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전제부터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또한 기존에 예상했던 물량을 모두 달성한다고 가정해도 ‘수요자들이 원하는 장소에, 제 때’ 주택이 공급될 가능성이 크지 않아, 당초 정부가 기대했던 만큼의 집값 안정 효과가 나타날 지 의문이라는 비판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수요자가 원하는 지역 맞나?” 강남 신규택지 물량 전체 8%에 불과= 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신규택지 발굴을 통해 공급하기로 한 3만3000가구 가운데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의 물량은 2600가구에 불과하다. 전체 신규택지 가운데 7.8% 수준이다.

이외에 용산구 캠프킴(3100가구)과 마포구 서부면허시험장(3500가구)·상암DMC미매각 부지(2000가구) 등은 시장에서 관심이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그러나 그 외 신규택지는 상당수가 서울 외곽에 위치해 있다. 신규 수요를 얼마나 흡수할 지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측은 “기존의 수도권 30만가구 공급대책 등을 통해 강남권 신규택지에서 약 1만5000가구 이상이 추가 공급돼 물량이 결코 적지 않다”는 입장이다.

반면 학계의 분석은 이러한 전망과 큰 차이가 난다. 윤주선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최근 시민 1000여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향후 5년 내 서울 거주 희망 지역’으로 강남4구(강남3구·강동구)가 38.5%의 응답을 받아 1위를 차지했다.

윤 교수 연구팀은 강남4구로 이주하려는 비도심권의 대기수요를 연 17만가구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다.

강남권 등 선호도가 높은 지역의 핵심 공급 역할을 하는 정비사업에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발표하면서 공공재건축을 통해 5만 가구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박선호 국토교통부 1차관은 “정밀안전진단 이후 사업시행인가 전인 전체 재건축 단지 93곳(약 26만 가구) 중 20%는 참여할 것으로 봤다”며 “과도한 숫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강남권과 한강변 등 사업성이 높은 재건축·재개발 사업장들은 대부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강남구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주민들 상당수가 명품 단지를 원하고 있어서 ‘차라리 분담금을 더 내고 1대1 재건축을 하자’는 목소리가 많은데 오히려 임대 비율이 높아지고 주차 문제 등 과밀화를 유발하는 방식을 누가 선호할 지는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주민·조합원 설득 하세월인데…”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도 없어= 시간적인 측면에서도 계획된 주택공급이 제 때 이뤄지기 어렵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구체적인 정부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아서 공공재건축 등 논의 진행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이 정비업계의 공통적인 반응이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비사업에서 조합의 의사결정 과정은 일반 회사처럼 일사불란하게 이뤄지는 구조가 아니다”면서 “(8·4대책에서) 임대비율 등 명확한 내용이 제시된 게 아니어서, 공공재건축에 관심이 있더라도 반대 조합원 설득에 그만큼 추가적인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정부 발표를 보면 공공재건축을 통해 증가 용적률의 50%에서 70%를 기부채납으로 환수한다는 설명만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조합원들이 느끼기에는 너무 막연한 숫자”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여기에 서울시 측도 35층 층고제한 규제 완화와 관련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공급대책에 포함된 일부 지역에서 정치권과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태릉CC에서 1만가구 공급이 예정된 노원구를 비롯해 용산구와 마포구, 경기 과천시 등에서는 지자체까지 나서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든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2018년에도 두 차례에 걸쳐 유휴부지와 도심 국공유지를 활용한 공급방안을 발표했지만 주민 반발 등으로 당초 계획대로 물량이 공급된 곳은 아직 한 곳도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에서는 당장 도심권 공급을 원하고 있지만 실제 그렇게 되지 않을 경우 시장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고 정책 효과도 반감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양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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