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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우도 뚫은 '대란템'…어렵게 득템할수록 성취감에 “또 줄선다” [온더스팟]
장맛비 쏟아져도 몇 시간씩 기다려 구매
구매 과정 어려울수록 만족도 높아져
코로나19로 줄어든 행복·성취감 찾는 행위로 해석

지난 5일 4시께 경기도 안양시 던킨도너츠 평촌점에서 캠핑용품 굿즈 폴딩박스를 구매하기 위해 빗속에서 사람들이 줄 서 있다. [사진=김빛나 기자]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이게 뭐 하는 건가 싶기도 하지만…가지면 좋잖아요”

지난 5일 오후 4시께 경기도 안양시 ‘던킨도너츠 평촌점’ 앞. 호우경보가 내릴 정도로 비가 쏟아졌지만 70여 명의 사람들이 캠핑용품인 폴딩박스를 사기 위해 줄 서 있었다. 던킨도너츠는 1만원 이상 구매 시 폴딩박스를 8900원에 제공하는 한정 행사를 진행 중이다. 캠핑 의자에 앉아있던 문지은(29)씨는 “유명 캠핑 브랜드인 ‘노르디스크’와 협업한 제품이라 해서 왔다”며 “사람들이 줄 설 정도로 좋아하니 더 가지고 싶다”고 말했다.

유명 맛집, 명품 구매 현장에서 보던 ‘줄서기 문화’가 최근 한정판 굿즈를 구매할 때도 적용되는 등 보편적인 현상으로 번지고 있다. 열광하는 대상도 캠핑용품, 가방 등 다양해지고, 되팔기가 아닌 실사용 목적으로 줄을 서는 사람들이 늘었다.

지난 5일 4시께 경기도 안양시 던킨도너츠 평촌점에서 캠핑용품 굿즈 폴딩박스를 구매하기 위해 빗속에서 사람들이 줄 서 있다. [사진=김빛나 기자]

6일 외식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커피·외식 프랜차이즈가 선보인 협업 상품 중 ‘대란템’ 수는 예년보다 증가했다. 대표적으로 ▷스타벅스 서머 레디백·서머 체어 ▷할리스X하이브로우 멀티 폴딩카트 ▷던킨도너츠X노르디스크 폴딩박스 ▷롯데리아X팹시 피크닉 폴딩박스 등이 고객들의 열열한 호응을 받았다. 스타벅스 서머 레디백 2종, 던킨 폴더박스 등을 모은 김훈영(45·가명)씨는 “받는 상품을 생각하면 줄 서거나 음료 몇 잔 먹는 건 괜찮다”면서도 “나도 굿즈를 사긴 했지만, 한편으론 왜 이렇게까지 열광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줄서기 문화 확산이 올 초 유행한 ‘달고나 커피’와 유사한 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만들 수 있는 달고나 커피처럼 새벽에 일찍 나가거나 오랜 시간 기다려 굿즈를 사는 행위에서 일종의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주말보다 주말 직전인 금요일 저녁이 제일 행복하듯, 물건 구매시 노력하는 일에 소비자들은 성취감·중독성을 느낀다”며 “비슷한 마케팅 전략을 펴는 가구 브랜드 이름을 따 ‘이케아 효과’라 부른다”고 말했다.

지난 5일 4시께 경기도 안양시 던킨도너츠 평촌점에서 캠핑용품 굿즈 폴딩박스를 구매하기 위해 빗속에서 사람들이 줄 서 있다. [사진=김빛나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사람들이 일상에서 줄어든 행복·성취감을 대신할 무언가를 찾다보니 한정판 굿즈 구매가 과열로 치닫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임 교수는 “여행이나 나들이를 못 가 일상에 기대할만한 행사가 줄어드니 기대치 높은 상품에 열광한다”고 말했다.

덕분에 관련 업계 관계자들의 부담도 커졌다. 당초 고객 감사 차원에서 연례 행사로 진행하던 굿즈 제작이 브랜드의 매출이나 인지도를 올리는 ‘대박 상품’이 되면서 기획 단계부터 전략적으로 나설 수 밖에 없는 탓이다.

익명을 요청한 커피 브랜드 관계자는 “대박 사례들이 나오면서 ‘우리도 흥해야 한다’도 압박도 커졌다”며 “단골에게는 디자인이, 잘 찾지 않는 고객에게는 협업 브랜드가 중요해서 적합한 곳을 모색 중이다”고 말했다.

binna@heraldcorp.com

*‘온더스팟’은 헤럴드경제 컨슈머팀이 취재 ‘현장’에서 ‘알아챈’ 재밌는 현상들을 여러분께 ‘즉시’ 알려드리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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