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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비즈] 사모펀드 유감

사모펀드, 정확히는 전문투자형 사모펀드가 끝이 보이지 않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작년 8월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증권(DLS)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것을 시작으로 잊을만하면 또 다른 펀드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등 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혁신금융의 총아인 듯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면서 부상한 사모펀드는 규제완화 정책과 저금리 기조 하에서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투자자의 요구에 힘입어 빠른 속도로 몸집을 불려왔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사모펀드가 운용하는 자산 규모는 430조원을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는 본격적인 규제완화가 이루어진 2015년 말의 200조원에 비하면 두 배가 넘는 금액이다.

사실 사모펀드는 그 본질 상 투자자 보호 문제와는 상당히 거리를 두고 있는 투자수단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상법과 민법의 일반 원칙에 따라 당사자끼리 법률적으로 다투어 해결할 일이지 금융 감독 당국이 개입할 여지가 원칙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영역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자원배분의 효율성이 증진되고 궁극적으로 사회전체의 후생에도 기여한다는 믿음을 전제로 한 접근법이다. 따라서 규제 당국은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정보 제공 요구를 제외한다면 사모펀드에 대하여 별다른 규제를 가하지 않고 있다. 투자 결과에 대한 자기책임의 원칙이 철저히 관철되는 밀림의 세계이며, 자신의 이해관계를 스스로의 힘으로 지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경제 주체가 사모펀드 시장에 참여하는 것은 자해 행위에 다름없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피해를 호소하는 개인투자자가 줄을 잇는다. 선량한 관리자로서 최선을 다해 투자자의 재산을 관리하여야 할 의무를 방기하고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여 문제를 일으킨 펀드 운용자에 가장 큰 책임이 있음은 재론할 필요가 없을 것이나, 스스로를 지킬 능력을 갖추지 못한 개인투자자가 너무 쉽게 사모펀드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정책에도 상당 부분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특히 투자금액이 1억원을 넘어서면 사모펀드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정책을 지목하고 싶다. 사모펀드 시장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은 물론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개인투자자의 경우 보유 자산이나 소득, 금융거래 경험 등 여러 가지 사항을 꼼꼼하게 따진 후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사모펀드 시장 참여를 허용할 뿐 일정 규모 이상의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투자를 허용하는 경우는 찾아볼 수 없다. 투자 자산 1억원이라는 기준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최소 투자자금 요구는 증명하기가 너무나 쉬워서 사모펀드 투자가 적절하지 못한 개인투자자를 거르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접근법이다. 이에 비해 재산이나 소득 또는 거래경험이 사모펀드 투자에 적합한 것인지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서류를 준비해 제출해야 하는 등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시장 참여가 바람직하지 못한 투자자가 자연스럽게 걸러질 수 있다.

당국은 특히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최소 투자금액을 3억원으로 높이는 정책을 발표했다. 종전보다는 문제 발생 소지가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조금 극단적인 예이기는 하지만 3억원의 예금이 전 재산인 퇴직자가 과연 사모펀드 투자에 적합한 대상인지에 대해서는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 최소 투자금액 요건을 폐지하고 투자자의 소득, 재산, 금융거래 경험 및 전문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투자 적격요건을 정비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우리나라에는 자신이 서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유난히 많다. 스스로를 서민이나 또는 중산층이라고 생각한다면 사모펀드는 근처에도 가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사모펀드 시장에서 정부가 투자자를 지켜줄 것이라고 하는 기대는 하지 않아야 한다. 그 시장은 원래 그런 곳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족 한 가지. 사모펀드 이름은 왜 그리도 난해한지. 영어인 듯 아닌 듯 도통 뜻을 알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이미 사어가 되어버린 라틴어 이름을 가진 펀드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혹시라도 투자자를 기만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이다. 세상사를 삐딱하게만 보는 책상물림의 쓸데없는 걱정이길 바랄 뿐이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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