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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산산책] 내 집 간절하게 갖고 싶다

주택 공급 부족론이 대두되자 ‘한강 둔치’에 컨테이너 건물을 세우자는 제안까지 등장했다. 이러다 영국의 템스강 사례처럼 한강에도 무허가 주거용 배가 뜰지도 모르겠다. 부동산에 너무 많은 국가에너지가 쏠려 있다. 모두를 짓누르는 짐이다.

해법은 다양하다. 재건축 용적률 높이면 한 방에 해결된다. 2주택에 대해 시세의 80% 정도 징벌적 세금을 매기자. 명품 영구임대 아파트를 늘리자….

단순한 것은 그 자체로 이미 복잡한 것이다. 단순한 해법일수록 합리적 의심을 해봐야 한다. 집값 상승은 거의 무한대의 원인이 작용해 낳은 결과다. 공급 부족만으로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겠는가. 금리, 현금 유동성, 심리, 국제 경제 영향 등등 문외한이 열거해도 20가지는 더 댈 수 있다.

경기도 일산에서 20년째 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기자는 부동산엔 거의 무능에 가깝다. 부동산 정책에 훈수 둘 능력도, 자격도, 생각도 없다.

그런데 최근 공무원인 30대 중반 후배에게 ‘뜻밖의’ 말을 들었다. “요즘 30대는 정말 간절하게 내 집을 갖고 싶어 합니다.” ‘아니 집이 수백만원 하는 명품도 아니고, 몇 억원 하는 집을 갖고 싶다고 가질 수 있나’ 하는 생각에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그의 대답은 “금리는 낮은데 집값이 이렇게 뛰면 저축해서는 영영 집을 살 수 없을 것 같아서 언제 입주할지 기약 없이 집을 샀다”고 말했다. 25~39세 밀레니얼 세대 61%의 최우선 재무목표가 ‘주택 구입을 위한 재원 마련’이라는 최근 한 조사기관의 여론조사와 맥을 같이한다.

그의 욕망을 자극한 것은 ‘불안감’이었다. 인간은 자신이 외부로부터 다가오는 위험(?)을 이에 상응하는 반응을 통해 처리할 능력이 없다고 느끼면 불안의 정서로 빠져든다. 불안은 정서의 화폐다. 불안은 속이지 않는다. 불안은 대상이 없지 않다. 불안은 대상과 가까울수록 더 강하게 다가온다. 흔히 말하는 정상적인 인간은 결핍을 가지고 있다. 그 결핍에서 바로 욕망이 생긴다. 불안, 그 ‘작은 죽음’은 그 결여의 사라짐이라는 위협을 경계하도록 해주는 ‘위험 신호’다.

‘영원히 집을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현실화되면, 즉 집을 욕망할 수 없게 되면 그 결여는 메워져 버린다. 집을 소유함으로써 다른 대상을 욕망해야 하는데-왜냐하면 욕망은 결코 충족되지 않기에-그 ‘결핍이 결핍’된다면 그건 병증이 된다. 그것이 바로 후배의 심리를 자극했던 것이다.

요즘 30대의 부동산 ‘패닉 바잉’은 바로 그 결핍의 공간이 열려 있도록 하기 위한 저항의 몸부림으로 봐야 한다.

문제는 영혼까지 끌어대도 집을 구입할 수 없는 30대다. 그들에게도 ‘희망의 틈새’가 필요하다. 고혈압 약이 고혈압 치료제가 아니듯, 정부도 부동산 정책에 대한 위상을 치료사가 아닌 관리사로 재정립해야 한다. 그러면 훨씬 더 유연해질 수 있다. ‘과거는 현재로 가득 차 있다’는 벤야민의 말처럼 정부의 많은 부동산 실책도 앞으로 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실책을 만회할 수 있다고 본다.

정부는 태릉골프장에 1만호를 짓겠다고 한다. 공공부지 임대아파트에 대한 개념설계를 다시 해야 한다. 민간 프리미엄 아파트와 비슷하거나 더 나은 임대아파트를 지어 부정적 이미지를 털어내야 한다. 집에 관한 한 지나친 집착을 벗어나도록, ‘불안’이라는 두 글자를 매일 복용하는 일이 없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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